反유대주의·여성차별에 위기 빠진 ‘알자지라 미국’

입력 2015-05-08 03:22
약 2년 전 미국에서 전파를 발사하기 시작한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 아메리카’가 흔들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알자지라는 시청률이 극히 저조한 데다 최고경영자(CEO)인 에합 알시하비의 독단과 전횡에 기자와 임원들이 잇따라 사직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결국 이날 밤 알시하비 CEO가 전격적으로 교체됐다.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석유부국 카타르 정부라는 든든한 돈줄이 있어서인지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지만, 매일 밤 황금시간대 시청자 수가 3만명에 불과하다. 당연히 광고 수익이 제대로 들어올 리 없다.

특히 알시하비 CEO가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게 많은 임직원의 증언이다. 최근 사표를 던진 마시 맥기니스 전 알자지라 아메리카 취재부문 부사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임과 관련해 “알자지라에는 공포문화가 있다”며 “직원들은 알시하비에 반대하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맥기니스는 지난주 이후 사표를 낸 세 번째 여성 임원이다.

또 전 직원은 알자지라 아메리카의 방송 및 기술 담당 부사장인 오스만 마무드가 반유대주의자이며 여성 차별을 일삼았다며 회사 측에 1500만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전·현직 알자지라 직원들은 여성들에게 사직 압력이 가해졌고, CEO와 회사를 비판하면 보복을 받을 게 두려워 입을 닫았다는 등의 증언을 NYT에 털어놨다.

새 CEO에는 ‘알자지라 잉글리시’의 임원인 알안스테이가 임명됐다. 알안스테이는 영국의 ITN과 미국의 CBS방송에서 국제뉴스 부문을 맡은 바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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