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선교사는 얼마 전 아내와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몇 년 전부터 부부싸움이 잦아지더니 아예 떨어져 있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자녀들과 아내를 귀국시킨 뒤 홀로 선교지에 남아 선교 사역을 하고 있다. 그를 파송한 교회와 단체는 사역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가정 문제는 덮어두고 있다. B선교사는 한국교회에 모범 사역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두 얼굴의 소유자였다. 현지 신자들을 겸허하게 섬기는 대신 오히려 하대했고 극단적 권위주의를 드러냈다. 그와 동역했던 선교사들은 하나 둘 떠났다.
‘복음 전파’의 사명으로 살아가는 선교사들은 다양한 스트레스와 질병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상당수 선교사들은 이를 치유하지 못한 채 선교적 목표만 추구한다. 그러다보면 심각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선교사들의 가정불화나 재정·성윤리 실종은 이 같은 정신건강 장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6일 방콕포럼 참가자들은 “파송교회와 선교단체, 교단선교부 모두 (선교사)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선교사 파송 이전과 현지 활동, 현지 사역 이후 등으로 나눠 회복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콕포럼은 한국 선교현장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2004년에 설립된 선교사와 목회자들의 모임으로 최근 제주도 서귀포시 켄싱턴리조트에서 포럼을 열렸다.
방콕포럼에 따르면 선교사 정신건강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어떤 경우는 파송 이전부터 발견된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교지로 떠난다. 국내에서 문제가 많은 후보자를 선교사로 보내는 경우는 최악이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정신건강 실태를 지역교회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포럼에서는 선교사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3단계로 나눠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손창남(OMF선교회) 선교사는 “우선 선교사 허입 과정에서 정신건강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둘째는 현지에서 선교사 정신건강을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대흥(GMS) 선교사는 “선교사들은 안식년이나 일시 귀국을 통해 자신의 건강문제부터 확인하고 적절한 수준의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게 시급하다”며 “쉼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럼 관계자는 최근 대지진 구호에 나서고 있는 네팔 선교사들에 대한 정신건강 확인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선교사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구호물자만 들어갈 게 아니라 심리팀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콕포럼은 선교사 정신건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 다음 달 ‘선교상담가 네트워크’(가칭)를 결성하기로 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선교사 정신건강 적신호 치료·관리 시급… ‘방콕포럼’ 이슈 제기
입력 2015-05-08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