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당청 간, 여당 내 친박·비박 간 엇박자와 불협화음은 여권의 리더십·소통 부재를 또 한번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헌정사상 이렇게 손발이 안 맞는 여권이 있었나 싶다. 야당이야 국정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청와대와 여당까지 ‘네 탓’ 타령만 하는 야당의 행태를 빼닮아가니 국정이 중심을 못 잡고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여야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합의에 대한 청와대 사전 인지 여부를 둘러싼 당청 간 진실 공방은 서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핑퐁게임이다. 흔히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국정을 운영하는 중심 축인 청와대와 여당이 책임을 공유하고 일사불란하게 추진해도 지난한 게 개혁인데 책임은 미루고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하니 개혁이 지지부진한 건 당연하다 하겠다.
여야 합의사항을 사전에 몰랐다는 청와대 해명은 대통령 참모진의 무능을 만천하에 자인하는 격이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권의 생리상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상의 없이 야당의 그 ‘엄청난’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새누리당과 수차례 대책회의를 해놓고 뒤늦게 청와대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국정 컨트롤타워’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을 뿐더러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로 비친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청와대의 책임 있는 자세이지 군색한 변명이 아니다.
김무성·유승민 체제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일부 친박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도부 퇴진론을 주장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메가톤급 악재에도 불구하고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뒀는데 김 대표 리더십은 약효가 한 달도 안돼 떨어진 느낌이다. 합의문에 최종 서명하기 전에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이라는 파국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친박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야의 마지막 협상 불씨를 꺼버린 장본인이 친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내 친박 최고위원 몇 분이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반대했다. 심지어 당내 친박인 나조차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논리”라는 이혜훈 전 최고위원의 자조가 나온 것이다.
이렇게 당청이 어긋나고 당마저 갈라지면 4대 개혁은커녕 국회 본회의 통과 절차만을 남겨놓은 공무원연금 개혁도 요원하다. 지금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생·개혁법안 처리에 머리를 맞대야지 으르렁거릴 때가 아니다.
[사설] 黨靑 엇박자에 친박·비박 싸워서야 개혁 되겠나
입력 2015-05-0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