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호셉 과르디올라(44)감독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263경기를 소화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2008년 7월 바르셀로나 사령탑에 오른 뒤 2012년 6월까지 애(愛)제자 리오넬 메시(28)와 함께 정규리그 3연패(2009∼2011)와 두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2009·2011) 등을 일궜다. 4시즌 동안 들어올린 트로피가 무려 14개에 달한다. 바르셀로나 왕조의 두 기둥이었다. 2012년 6월 바르셀로나를 떠난 과르디올라는 2013년 6월 독일 명문 뮌헨의 감독으로 변신했다.
사제(師弟)는 7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 열린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적으로 다시 만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특급 골잡이 메시를 어떻게 막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시를 막는 수비 시스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경기 전 “메시가 공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뮌헨 수비진에게 메시에게 향하는 패스를 차단하도록 지시했다. 강한 압박을 받은 메시는 몇 차례 돌파로 뮌헨 수비를 뚫었지만 득점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미소를 짓고 있던 과르디올라 감독의 표정은 그러나 후반 31분 일그러졌다. 메시가 결승골을 꽂아 넣은 것이다. 다니 아우베스의 패스를 받은 메시는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뮌헨의 골문을 열었다. 메시는 3분 후 뮌헨 수비수 제롬 보아텡을 제치고 골키퍼를 넘기는 칩슛을 성공시켰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네이마르의 쐐기골까지 합작하며 2골 1도움으로 팀의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메시는 대회 10호 골을 기록하며 전날 유벤투스의 경기에서 9호 골을 넣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제치고 득점 랭킹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또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에서도 77골로 76골의 호날두를 제쳤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의 재능이 승부를 갈랐다”며 “우리는 메시가 볼을 많이 잡을 수 없도록 해 경기를 지배하려 했다. 15분만 버텼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바르셀로나는 매우 훌륭한 팀이고, 그들은 공격과 수비 모두 견고했다. 오늘 승리에 대해 바르셀로나에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가 뛰면 축구는 더 쉬워진다. 메시는 다른 차원에서 온 선수로 그와 함께하는 매일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두 팀은 13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4강 2차전을 치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 팀에 아직 기회가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뮌헨은 FC 포르투(포르투갈)와의 8강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적이 있다. 1차전에서 1대 3으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6대 1 대승을 거두고 합계 7대 4로 4강에 올랐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메시의 ‘사제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골잡이 제자, 스승을 울리다… FC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바이에른 뮌헨 감독 과르디올라
입력 2015-05-0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