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김흥규] 소원 끝에 얻은 자식

입력 2015-05-08 00:07

얼마 전 독일 슈피겔지에 기이한 기사가 실렸다. 미국 오하이오에 사는 백인 레즈비언 커플이 정자주문에 배달사고가 일어나 흑인딸을 낳게 되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동성애 부부는 독자적 생식이 불가능하다. 남·남 커플에게는 자궁이 없고, 여·여 커플에게는 정자가 없기 때문이다. 오하이오 주가 동성혼을 합법화하자 법적 부부로 이름을 올린 이 커플은 정자를 빌려 자식을 낳기 원했다. 두 여성 모두 백인이었기에 시카고에 있는 정자은행에 백인정자를 주문했다. 23쪽이나 빼곡히 적힌 세 기증자의 인적 사항을 세밀하게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선택한 정자는 이른바 380번이었는데, 이 남성의 이력에 대한 정보는 5달러를, 어린 시절의 사진은 25달러를, 음성녹취 파일은 35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380번은 아주 잘 생긴 장신의 금발로서 근육질의 건강체에다가 명문대를 다닐 만큼 명석하고 유머감각이 넘치고 친절하고 신중한 성품까지 갖추었다는 호평이었다. 심지어 중간 크기의 치아는 가지런하고 귀는 양 옆으로 알맞게 걸려 있고 입술은 얇고 목젖은 중간 크기고 오른쪽 손목의 둘레는 19㎝며 14세와 16세 사이에 치아교정틀을 착용했으며 2008년에 두 개의 사랑니를 발치했다는 정보까지 있었다. 아마존 상품으로 평가한다면 그야말로 별 다섯 개를 받을 만큼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설명을 꼼꼼히 살핀 뒤 400달러를 지불하고 주문했다.

이내 체내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지만 5개월 만에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정자은행 측에서 날림체로 써진 380번을 330번으로 오독하는 바람에 중간키의 흑인 보호관찰관의 정자가 배달돼 흑인아이가 태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크게 상심한 이 동성애 부부는 결국 5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햄버거나 피자의 경우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올 경우 교환할 수 있지만 사람의 경우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이 소송은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

날이 갈수록 불임률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 인공수정은 난치병을 해결하는 한 의료 방편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일정한 윤리조건을 갖출 때에만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체내수정이든 체외수정이든 수정란은 반드시 남편의 정자와 아내의 난자가 결합돼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설령 시험관 아기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엄마의 자궁에 착상시켜 태아가 엄마의 태 안에서 자라나게 해야 한다. 그러기에 설령 남편의 정자와 아내의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이라고 할지라도 대리모를 구해 출산하게 할 경우 옳지 않다.

그렇다면 오하이오 여성 동성애자들의 인공수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경우는 ‘기증자에 의한 인공수정’(AID)으로 윤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동성애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 여성이 결혼이라는 울타리 밖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해 아이를 낳았으므로 이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진정한 의미의 ‘아버지됨’에 참여하기 어렵다. 설사 기증자나 수령자가 모두 법적으로 동의했다고 할지라도 기증자가 친부라고 말하기 힘든 것이다. 결혼은 언제나 부부간의 성적 ‘결합’과 자녀의 ‘출산’을 전제해 성립되므로 이 둘을 분리할 수 없다. 내외간의 인격적 결합 없이 자녀가 출산될 경우 아무리 소원 끝에 얻은 자녀라고 할지라도 결혼과 출산의 존엄성을 해치기에 창조의 질서에 어긋난다 할 것이다.

김흥규 목사 (내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