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대단한 그림이다. 해강 김규진이 그린 높이 205㎝, 길이 883㎝의 총석정 벽화가 눈을 압도한다. 동해를 뚫고 나온 듯 빽빽이 솟아 있는 돌기둥이 병풍처럼 눈앞을 막아섰다. 바로 선 자세부터 앉거나 비스듬히 누운 자세까지 갖가지 형태로 늘어섰다. 돌기둥 위에 점점이 보이는 소나무가 신비감을 더한다.
창덕궁 대조전과 희정당 그리고 경훈각이 1917년 화재로 타버렸다. 1920년 다시 지을 때 전각 벽면에는 도화서 출신 화원과 신진 화가가 대형 벽화를 그렸다. 순종의 접견실인 희정당 동서 두 벽면은 금강산 그림 두 점으로 채웠다. 이 그림에는 망국의 궁궐 속에 전통을 담아냈던 어두운 시기의 시대상이 들어 있다.
화가는 바다에서 돌기둥이 나와 섬을 이루고, 다시 육지로 변해가는 강렬한 모습을 그렸다. 금강산 기슭이 바다로 밀려들어가서 사라지는 장면이 결코 아니었다. 나라를 뺏긴 순종에게 이 돌기둥들은 독립만세를 부르는 대열로 보였을 것이다.
2006년 등록문화재가 된 총석정 벽화는 7월부터 2년간 복원 처리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이 5월 31일까지 여는 ‘창덕궁 대조전 벽화’ 특별전에서 희정당 벽화 복사품을 볼 수 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창덕궁 희정당의 총석정 벽화
입력 2015-05-0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