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교수의 교회행정 산책] (15) 웃음을 주는 지도자를 찾습니다

입력 2015-05-08 00:33

필자는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사랑하는 동료 목회자의 외동딸 결혼주례를 하게 되었다. 주례의 제목은 ‘웃음을 주는 부부’였다. 필자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웃기고 있네! 놀고 있네! 잘 먹고 잘 살아라!” 라는 냉소적인 유행어가 인기였다. 35년 8개월 동안 일제의 억압에 살았던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웃고 살만한 이유가 없었으며 놀고 싶어도 놀만한 장이 없었고 잘 먹고 잘살고 싶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대한민국은 웃음을 찾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놀기를 시작해 세계적으로 12번째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이 인기를 끌고 가수나 연예인들이 국민을 즐겁게 하기 시작하면서 인기와 부요를 얻게 되었다.

과거에는 ‘개미와 베짱이’이야기 중에서 베짱이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비하했지만 오늘 대한민국은 베짱이처럼 즐겁게 웃기고 잘 노는 직업이나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인기와 명예까지 차지하는 시대가 되었다. 예컨대 축구선수 박지성, 야구선수 이승엽,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 골프선수 박세리 등 모두가 잘 노는 젊은이들이 영광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특별히 케이팝을 통한 한류 스타들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세계적으로 연예업종은 기업경영 국제화에 경이적인 혁명이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에는 웃기는 사람이나 놀이하는 사람을 냉대하던 시대에서 오히려 지금은 환대받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웃음과 함께 즐겁게 놀고 잘 먹고 잘 살게 해야 할 정치 행정지도자나 기업경영지도자들 더 나아가 교육지도자나 종교지도자들까지도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지 못하고 되레 눈물을 주고 고통을 주며 행복해야 할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코끝이 찡한 얘기도 있다. 필자가 아는 한 고아원의 어린이날 풍경이다. 몇 년 전부터 어린이날에 점심식사를 대접하러 오는 청년이다. 그는 40인 분의 갈비를 웃음으로 대접한다. 돈 많은 재벌이나 지위가 높은 지도자도 아니다. 자기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한 총각이다. 그는 자신의 어린시절 어려움을 생각해서 정기적으로 고아들을 대접한다고 했다. 그의 직업은 운전 중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달려가는 보험회사의 운전기사다.

나는 이날 새 출발하는 신랑과 신부, 내빈들에게 이 청년의 얘기를 들려줬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수 있도록 순수한 마음으로 고아들을 섬기는 ‘사고출동 총각 기사의 선행’에 예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양기성(서울신대 행정학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