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靑·정부 ‘정치력 부재’ 모두가 패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왜 무산됐나

입력 2015-05-07 03:42 수정 2015-05-07 18:25
여야 지도부가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처리 방안을 숙의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앞쪽 가운데 뒷모습)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김 대표 오른쪽)에게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다. 김 대표 왼쪽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병주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6일 본회의 처리 무산은 청와대와 국회, 정부의 정치 무능이 보여준 합작품이다. 새누리당은 성과 내기에 집중하다 시한에 쫓겨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이라는 폭탄을 덜컥 합의해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 대표 간 합의사항을 뒤집으며 국민연금 끼워 넣기를 위해 ‘벼랑 끝 전술’만 구사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정치권에 대한 설득 노력 없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기한 내 처리만 압박했고, 여야 합의 결과물에 ‘월권’ 논란을 일으키며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총제적인 정치 부재로 모두가 패배했다는 비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여야가 지난 2일 합의문을 발표하면서부터 균열 조짐을 보였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협상하면서 애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문제를 끌고 왔기 때문이다. 여여 협상 결과물이 나오자 곧바로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크고,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면 연금 고갈 시기도 빨라져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높은데 합의를 위한 ‘볼모’로 덜컥 국민연금을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아낀 국민 혈세 일부를 도로 챙겨가겠다는 발상”이라며 “원칙 없이 ‘주고받기’를 위한 합의만 강조하다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매몰됐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여권은 분열했고 책임전가에 급급했다. 새누리당은 “합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야당 탓을 했다. 그러나 야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펼친 주장을 합의문에 포함시켜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 활동시한을 못 박고 국회를 압박했던 것도 이날 합의 무산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시한을 정하다 보니 공무원연금 특위는 공무원 노조에 휘둘리며 끌려가다시피 했고 새누리당이 펼칠 수 있는 전략의 폭을 좁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특히 여야 합의 직후 ‘월권’ 논란을 일으키며 여야 갈등을 부채질했다. 청와대 발언 이후 여권 내부에서도 지도부를 공격하며 협상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야는 이날 수차례 지도부 회동을 통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문구를 부칙 별지 형태로 포함하는 내용까지 의견 접근을 이뤘다. 오후 본회의 무산 전 열린 새누리당 마지막 의원총회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강경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은 수치에 집착해 대안 없이 여당을 압박하다 ‘합의 불발’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당내 의견도 조율되지 못한 상태여서 협상의 추진력이 상당부분 상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윤근 원내대표와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전 라디오 인터뷰와 여당과의 협상장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문구 삽입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상향보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하며 “연계되는 안으로 올라오면 반대 표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 일각에서 강경 입장을 밝히며 원내지도부의 의견을 뒤집었다. 문재인 대표는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한다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게 된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 이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해서 무리하게 합의를 해줬다”며 “야당이 자꾸 다른 걸 가져오는 건 정말 신사답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청와대에 책임을 물었다. 문 대표는 “여당이 야당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기대하셨던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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