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투 톱’(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이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결과를 비판한 청와대를 향해 공식석상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곧바로 맹비난하며 정면 반발했다.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 이후 ‘월권’ 논란으로 생긴 당청 균열이 ‘친박 대 비박(비박근혜)’ 계파갈등까지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6일 본회의 전 공무원연금 개혁안 설명을 위해 마련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를 향해 원망과 섭섭함을 강하게 토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는 취지의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도 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논의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하는 등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며 “청와대가 개혁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이를 청와대와 따져보겠다”고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과정을 알고 있는 청와대가 합의 후 비판이 쏟아지자 당에 책임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여기엔 여야 대표 합의 당시 ‘실무기구 합의안을 존중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를 청와대가 정면 비판하면서 되레 키웠다는 원망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유 원내대표 발언이 끝나자 친박계 의원들이 청와대를 옹호하며 대거 들고 일어났다.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역할을 망각하는 언행과 행동을 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며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했기 때문에 주먹만한 혹을 떼려다 머리만한 혹을 붙인 꼴 아니냐. (이번 협상결과는) 원내지도부의 총체적 전략 부재”라고 비난했다. 이장우 의원도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탓하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느냐”며 “앞으로 발언을 신중히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진규 의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연계는 국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권’ 논란 이후 김 대표는 “비판을 공감하고 겸허히 수용한다”며 한 발 물러섰고, 박근혜 대통령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당청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 발언으로 다시 당청 관계가 다시 파열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며 “당 지도부의 발언에 대해 얘기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김무성·유승민 “靑도 다 알고 있었다…이럴 수 있나”
입력 2015-05-07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