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여야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줄곧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던 새누리당은 “합의한 것만 갖고 하겠다”(김무성 대표)면서 단호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투쟁 모드’로 전환할 태세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불발은 7일 새정치연합의 원내대표 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분간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예상된다.
◇野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 ‘2라운드’ 시작=새정치연합은 본회의 산회 직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오는 11일부터 5월 임시국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새누리당도 이달 중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시급한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짧은 휴지기를 가진 뒤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공적연금 강화를 둘러싼 2라운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다. 지난 2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등 9명이 서명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이 합의문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동시에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의 운영에 관한 규칙을 함께 처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합의문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어찌됐든 협상을 시작할 근거는 그것뿐”이라고 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자체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오랜 기간 합의를 거쳐 만든 안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수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실무기구의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을 여야가 존중한다고 한 부분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 구성에 관한 규칙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새누리당은 ‘수용 불가’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의장은 7일 밤 출국해 오는 14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물리적으로 본회의를 열 수 있는 날은 14일 이후부터다.
◇野 새 원내지도부도 변수=새정치연합에선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 합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뒤집혔다는 데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가장 치욕스럽고 모욕스러운 날”이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 많은 전문가, 이해관계인, 정당 대표가 합의한 내용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갔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제는 투쟁 외에 방법이 없다, 어떤 투쟁을 할 것인가만 야당에 남아 있다”고 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여야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막판 담판을 시도하고 있는 와중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여당 단독 표결’로 통과된 데 대해 격양됐다. 4·2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참패로 분란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청와대·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수습책을 찾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지혜 임성수 기자 jhk@kmib.co.kr
한층 어두워진 정국… 여야 ‘强 대 强’ 대치 예고
입력 2015-05-07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