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합니다. 도주 우려가 있어 금일 법정구속하겠습니다. 검사님 집행해주십시오.”
지난달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 교정종합훈련장 소법정에서 나는 범죄자가 됐다. 선처를 호소했지만 판사는 단호했다. 교도관은 즉시 “이리 오세요!”라고 소리쳤다. 실제 상황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법무연수원은 올해 2월 임관한 사법연수원 44기 검사들을 대상으로 교도소 체험을 실시했다. 법정구속된 뒤 바로 교정종합훈련장에 설치된 교도소 시설에 반나절 수감되는 프로그램이다. 기자 2명과 남성 검사 13명이 우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여성 검사들의 체험은 다른 날 진행됐다. 임정혁(59) 법무연수원장은 6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강조했다. 신임 검사들이 체험을 통해 사법처리의 무게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갑을 차보기는 처음이었다. 얇게만 보이던 수갑은 손목을 억세게 감아왔다. 교도관은 포승줄로 몸을 돌려 묶었다. 순간적으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갑을 찬 손목 위에도 포승줄이 감겨졌다. 땀이 났다. 이 상태로는 콧등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안경을 위로 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포승줄에 나란히 엮여 호송용 버스에 올랐다. 교도관 6명이 버스 앞과 뒤 철창으로 단절된 공간에서 감시했다. 말소리가 들리자 “조용히 하세요!”라고 주의를 줬다. 가스총, 교도봉을 착용한 교도관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김준성(33) 검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갑과 포승줄이 사람을 위축되게 만든다. 웃을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버스는 법무연수원을 10분 정도 돌다 다시 훈련장 앞에 섰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교도관들에게 밀치듯 이끌려 탈의실로 향했다. 수갑과 포승줄이 풀렸다. 검사들 몇몇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준비된 수의와 고무신을 보자 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입은 수의 왼쪽 가슴팍에 ‘1하7실 법무 1015’라고 새겨져 있었다. 1하7실은 감방 번호를 의미하는 거라고 했다. 바지 기장이 길어 고무신 바깥으로 질질 끌렸다. 세면도구를 받고 입소 신고를 했다. 휴대전화를 포함해 모든 소지품을 빼앗겼다.
감방은 14.21㎡(4평) 크기의 5인실이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류수헌(31) 검사, 대구지검 송현탁(31) 검사와 함께 들어갔다. 감방에선 죄수가 일어서 있지 못한다고 한다. 창문을 향한 채로 3명이 나란히 앉았다. 잔뜩 긴장해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송 검사는 “죄짓지 말아야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5시간 정도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 1시쯤 풀려났다. 감방 앞에 두부가 준비돼 있었다. 두부는 달았지만 반나절 경험한 죄의 대가는 씁쓸했다. 기분은 개운치 않았다.
함께 참여한 검사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류 검사는 “법정에서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피의자를 수사하는 데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송 검사는 “수갑이 채워지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내 판단에 따라 한 사람이 이렇게 된다는 생각에 더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진천=글·사진 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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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민일보 문동성 기자, 신임 검사들과 ‘감옥’ 가다… “범죄자 된 느낌”
입력 2015-05-07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