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데 대한 여론은 썩 좋지 않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보험료도 오른다는 인식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은 현 보험료율(9%)보다 1.01% 포인트 높은 10.01%부터 두 배 이상인 18.85%까지 다양한 안이 있다. 선택폭이 넓으니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게 낫다는 의견에서 국민연금제도를 믿기 어렵다는 격한 반응까지 다양하게 제기된다. 정부는 그동안 사적연금 확대를 독려해 왔다. 반면 사적연금 확대보다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국민연금이 사적연금보다 유리한 5가지 이유=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 명목 소득대체율은 70%였다.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가 은퇴 전 소득의 70% 정도라는 판단에서 나온 계산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노후보장 범위는 급격하게 줄었다. 정부는 70%였던 소득대체율을 1998년 60%로 낮췄고, 2008년 50%로 떨어뜨렸다. 2009년부터 매년 0.5% 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부터 소득대체율이 40%로 유지된다.
소득대체율 70%가 노후의 적정소득이라는 점은 정부도,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인정한다. 예를 들어 은퇴 전 월평균 300만원을 벌던 임꺽정씨는 퇴직 후 매달 21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40%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임씨가 운 좋게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해도 받게 되는 연금은 월 120만원이다. 20년 동안 가입했다면 연금은 60만원이다.
임씨가 적정 노후소득 210만원을 맞추려면 90만∼120만원이 더 필요하다. 정부는 이 차이를 사적연금으로 메우라고 한다.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을 들어 알아서 노후 자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적연금보다 국민연금이 훨씬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5가지 근거를 든다. 가장 큰 이유는 연금액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①).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연금액이 오른다. 매년 국민연금공단에서 안내하는 추정 연금액은 실제로 연금을 받게 되는 시점에서는 더 오르게 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올려주는 사적연금은 없다. 계약할 때 약정한 금액만 준다.
또 국민연금은 ‘수익비’(내가 낸 돈을 돌려받게 되는 배율)가 평균 1.5배, 소득에 따라 1.2∼4배 정도에 이른다(②). 무조건 낸 돈보다 더 받는 것이다. 사적연금은 운용수익률에 따라 수익비가 1이 안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사망할 때까지 받고(③), 유족연금으로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④). 출산, 실직, 군복무처럼 연금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크레디트 제도’(⑤)도 운영한다.
◇지역가입자 고려한 보완책 필요=국민연금 가입자 2100만명 중 450만명 정도가 지역가입자다. 이들은 대부분 월 소득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소득대체율이 상향 조정되고 보험료율이 오르면 미래세대 부담이라는 부작용 외에 지역가입자의 부담 증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를 회사와 가입자가 절반씩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에 따른 충격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도 있다. 지역가입자에 한해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법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제도가 만들어진 직후에도 보험료 납부 방식을 직장가입자, 도시 지역가입자, 농어촌 지역가입자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 선례가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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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7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