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서는 진실의 등대를 향해 겨우 나아간다 하고, 다른 편에서는 한낱 망자와의 진실게임이라 맞선다. 홍준표(61) 경남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1억원 수수 정황이 구체화된 가운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8일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국민일보 4월 24일자 1면 참조)으로 소환한다고 밝혔다. 장외에서 줄곧 검찰의 증거능력에 의문을 표하던 홍 지사는 6일 “검찰이 ‘진술 조정’을 하고 있다”며 ‘친정’을 작심 비판했다.
◇“조서 4차례, 검찰이 진술 조정”=지난 4일 언론 취재에 더 응하지 않겠다고 했던 홍 지사는 6일 아침 기자들을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펴들었다. 그는 수사팀이 금품 전달자로 지목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관리·통제해 진술을 혐의에 끼워 맞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홍 지사는 “검찰이 윤씨를 10차례 이상 조사하고 4차례 이상 조서를 받으며 진술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한 달 동안 검찰이 통제 관리하며 만들어낸 진술 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윤씨는 사자(死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자(使者)일 뿐”이라며 “모든 현출된 증거가 윤씨 입에서 시작됐다”고 윤씨의 진술을 높이 사는 검찰을 비난했다. 수사팀이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 이용기(43·구속) 부장 등 측근을 통해서도 확인한 성 전 회장의 지난 7일 윤씨 병문안(국민일보 4월 28일자 1·8면 참조) 역시 증거 가치가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측근들을 데리고 윤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 가서 1억원 전달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까지 한 것은 배달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시 확인하러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의 조사를 받을 때 1억원의 용처를 “윤씨의 생활자금”으로 진술한 것만이 증거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아무리 검찰이 그렇지만, 그런 조서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궁금해 하는 이들 의외로 많아”=홍 지사의 작심 비판은 윤씨의 진술 신빙성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윤씨를 여러 차례 소환해 돈의 출처, 전달자, 시기·장소, 동석자를 구체화했다. 그가 2011년 6월 당시 아내의 차를 타고 국회 의원회관에 갔다는 진술, 홍 지사 측에서 동석했던 나경범(50) 당시 보좌관이 쇼핑백을 들고 갔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홍 지사와 만남을 부탁한 통로였다고 진술한 홍 지사의 전 보좌관도 소환 조사했다.
이런 수사팀은 홍 지사가 증거능력 등 문제를 제기할 때 “검사는 수사하는 법률가이고, 수사의 목적은 기소”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수사팀은 이날 윤씨를 회유하려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의 측근 김해수(57)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불러 장시간 조사했다.
대응책 마련이 급한 일부 리스트 인사들은 검찰의 수사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그간 수사 기밀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홍 지사가 이날 공개한 윤씨의 검찰 조사 횟수, 진술조서 작성 횟수 등은 언론을 통해 정확히 전달된 적 없는 숫자들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수사 내용을 체크하려는 이들이 많다”며 “비협조를 넘어선 수사 방해 행위는 반드시 찾아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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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7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