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유효기간 ‘평생’… 딸의 안마 쿠폰 두고두고 꺼내보는 어버이날 선물

입력 2015-05-07 02:45
블로거 ‘즐거운 펑요’가 공개한 ‘어버이날, 딸이 준 서랍 속 감동 선물’ 사진. 블로그 캡처

[친절한 쿡기자]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께 어떤 선물을 드릴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부모의 끝없는 사랑과 큰 은혜에 어떻게든 감사를 표하려는 건 인지상정이죠.

인터넷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며칠 전부터 ‘올해는 부모께 뭘 해드리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꽃배달이나 건강식품업체, 각종 이벤트 기업, 성형외과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효 마케팅’에 열을 올립니다.

이맘때면 늘 등장하는 ‘선물 리스트’ 설문도 눈에 띕니다. 올해도 여러 브랜드업체가 “어버이날 주고 싶고,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현금이 꼽혔다”고 발표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효도관광, 미용시술, 상품권, 옷가지가 포함됐다는 내용도 매년 비슷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좀 더 많은 용돈과 좀 더 좋은 선물이어야만 효도라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 세태에 점점 매몰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선물은 마음을 줄 수 없어서, 그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말이죠.

이런 가운데 한 블로거가 공개한 ‘어버이날, 딸이 준 서랍 속 감동 선물’이란 제목의 글이 온라인에서 잔잔한 울림을 낳고 있습니다.

‘즐거운 펑요’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블로거는 지난 4일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는 쪽이세요? 받는 쪽이세요? 아님 둘 다 해당되나요?”라고 운을 뗀 뒤 “제 서랍 속에는 몇 년 전 딸에게서 받은 어버이날 선물이 간직돼 있어요. 볼 때마다 웃음 짓게 하는 선물이죠”라고 몇 장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 빨간 박스에는 몇 해 전 딸로부터 받은 예쁜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편지지에는 ‘전신 안마 해드리기’ ‘피아노 연주 신청’ ‘자유이용권’ ‘설거지 대신하기’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모서리에는 자르는 선이 그려져 쿠폰처럼 사용하도록 고안했습니다.

어떤 편지지 뒷면에는 ‘유효기간: 평생 혹은 시집가기 전까지’라고 적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슬며시 웃게 됩니다. 즐거운 펑요도 “웃음도 나오면서 무척 행복해집니다”라고 썼습니다.

즐거운 펑요는 지금 53세입니다. 그녀는 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감동의 선물이라 지금까지 서랍에 곱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딸은 지금 26세의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답니다.

어버이날 선물을 아직 고민하고 있다면 올핸 이런 기발함과 따뜻함을 담은 특별한 선물은 어떨까요.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