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릴 것 없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의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을 잡기 위해 민생이나 미래 세대는 안중에도 없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꼼수 합의는 이를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적자 재정을 타파하기 위해 더 내고 덜 받자는 취지에 무늬만 그려넣은 것이다. 결국 수년 후에 다시 손대야 할 정도로 적자는 크게 줄지 않는다.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6개도 끝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틈만 나면 처리해 달라고 애걸복걸했던 30개 법안에 포함됐던 것들이다. 연말정산 파동은 정밀한 시뮬레이션 및 홍보가 미흡했던 정부의 잘못이 있긴 하나, 소득세법을 함께 개정한 여야는 뒤늦게 정부에 호통을 치며 다시 개정안을 처리키로했다. 블랙코미디 같은 우리 정치 현실이다.
이 정부의 무능력과 대통령의 공감 부재는 별도로 하더라도, 이렇듯 민생 현안이 여야의 손으로 들어가는 순간 정쟁이 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다.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기싸움과 상대방 상처내기, 이를 통해 반사이익 얻기의 정략만 난무할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활동 시한도 생각해봐야 하지만 몇 달 더 걸리더라도 내용을 좀 더 취지에 맞게 하는 것이 옳았다. 공무원노조에 휘둘릴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한에 맞추는 것이 최대 목표인 듯 덜컥 합의한 무책임은 이미 정치가 아니다. 이것은 표를 의식하고 눈앞의 손해만 일단 피해가자는 여야 지도부 간 침묵의 카르텔일 뿐이다. 19대 국회의 정치 앞에 민생은 없다. 말끝마다 나오는 ‘국민을 위하는’ ‘국민이 원한다면’은 입에 발린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묻는다. 국정의 중심축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가. 지도부회의에서의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개혁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가. 내년 선거까지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민생 현안보다 정당 내부의 권력 구조에만 너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묻는다. 진정 집권 대안세력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도를 가져오지도 못하고 재보선에서 참패했는데도 계속 대안 없이 반대만 할 것인가. 강경만이 유일한 전략인가. 대통령 불통을 그렇게 공격하면서 정치에서의 불통은 문제가 안 되는가.
여야 의원들은 공공의 이익과 더 나은 미래의 공동체 삶보다는 국회의원직 유지, 이익단체로서의 강고한 정당 유지 같은 개인·조직의 이익을 꾀하고 있는 것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이 감사를 한다면 19대 국회의 정치는 삼류도 못 되는 ‘감사의견 거절’이다. 한국 정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설] 포퓰리즘에 빠진 한국 정치,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입력 2015-05-07 00:50 수정 2015-05-07 0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