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풀린 벨트’에 편의점·주차장 등 편의시설 설치 가능

입력 2015-05-07 02:48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제도가 도입 반세기 만에 정책적 전환을 맞게 됐다. 정부는 6일 그동안 해제에 치중했던 그린벨트 정책을 주민들의 실생활 불편 해소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그린벨트 내 불법 창고를 양성화하기로 하는 등 난개발 우려도 일고 있다.

◇그린벨트 총량은 유지하면서 실질적 규제완화=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도시 주변 환경 보전을 위해 1971년 도입됐다. 최초 5397㎢가 지정됐지만 97년 김대중정부 때부터 본격적인 해제 정책이 이뤄졌다. 국민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과 지방자치단체 민원을 받아들인 결과 현재 남아 있는 그린벨트 면적은 3862㎢로 전체 국토 면적의 약 3.9%다. 이 중 ‘2020년 광역도시계획’에 따라 지자체별로 남아 있는 해제총량은 233.5㎢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에 해제총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개발권한을 이양하는 등 그린벨트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는 방침이다. 우선 그린벨트 내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입지규제를 완화했다. 지금까지 그린벨트 내에서는 산수유 등 지역특산물의 가공시설 정도만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판매, 체험시설까지 설치할 수 있다. 마을공동으로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사업을 진행할 경우 규모는 1000㎡까지 늘릴 수 있다.

편의점, 주차장, 세차장 등 주민편의시설 설치도 쉬워진다. 음식점 부설주차장은 현재는 그린벨트 내 5년 이상 거주자만 설치할 수 있었지만 이 단서조항을 없애고, 주유소 내에 세차장과 편의점 등 부대시설 설치도 가능토록 했다. 그린벨트 경계에 끼어 섬처럼 고립된 소규모 토지는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해당되는 면적은 약 40만㎡로 재산권 제약 등 생활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그린벨트 지정 당시 연면적만큼만 추가로 증축할 수 있었던 공장부지 규제 역시 기존 부지 내에서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면적 비율) 20%까지 증축이 허용된다.

◇불법 창고에 면죄부? 지자체발(發) 난개발 우려도=정부가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공공기여형 훼손지정비제도’는 찬반이 갈린다. 현재 경기도 하남 등 수도권 그린벨트에 허가된 2만6000여동의 축사 중 약 1만동은 창고로 무단 변경돼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채찍’을 들었지만 이번에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를 인정하기로 했다. 불법 창고 등 설치자가 그린벨트 훼손지 중 30% 이상을 공원녹지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면서 나머지 70%의 불법 시설물을 용인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뒤 이후 벌금 등 벌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제도로 70만㎡의 훼손지가 정비되고 소규모 공원 100개에 해당하는 20㎡가 공원녹지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년간 불법을 저지른 토지 소유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로 형평성과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생활불편 해소와 공원 녹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난개발과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녹색연합 배보람 정책팀장은 “건폐율 20%로 공장 증축을 허용하는 것은 환경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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