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5×(A+B)×(1+0.05n/12). 국민연금 가입자의 1년 치 연금액은 이런 공식으로 산출된다. 국민연금법 51조 기본연금액 규정을 정리한 식이다. 연금 액수는 변수 A·B·n과 상수 1.395에 달려 있다. 주로 곱하기와 더하기여서 네 숫자가 커질수록 연금이 많아진다. 노후가 걸린 문제니 수학과 담을 쌓았더라도 한번쯤 뜯어볼 필요가 있다.
n은 가입기간을 반영한다. 가입기간이 20년을 초과한 개월 수를 대입한다. 20년 이하면 n=0이므로 1+0.05n/12=1이 돼 기본연금액은 그냥 1.395×(A+B)다. 40년이면 n=240, 1+0.05n/12=2여서 연금액이 1.395×(A+B)의 2배가 된다.
B는 가입기간 중 나의 월평균 소득인데, 수십년 소득을 단순히 평균한 수치가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환산한 수치를 쓴다. 국민연금이 민간연금보다 유리한 건 이 때문이다.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해주는 민간연금은 없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영역에 속한다. 내가 노력해서 가입기간을 오래 유지하고 소득을 높이면 n과 B가 커져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문제는 1.395와 A에 있다. 이건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정책의 영역이다.
1.395는 소득대체율 비례상수라고 부른다. 요즘 40%냐 50%냐 논란이 뜨거운 소득대체율이 이 숫자에 반영돼 있다. (A+B)×(1+0.05n/12)에 1.395를 곱하면 연금액의 명목 소득대체율이 46.5%가 된다. 소득대체율 70%이던 1988∼98년 비례상수는 2.4였다. 50%까지 낮춘 2008년 1.5가 됐고, 계속 낮아져 2028년엔 소득대체율 40%, 비례상수 1.2가 된다. 그만큼 연금액이 줄어왔고, 줄어들고 있다. 여야가 전격 합의한 건 이 숫자를 다시 1.5로 높이자는 것이다. n과 B는 커질수록 연금보험료 수입도 늘지만 이 비례상수는 커지면 온전히 지출만 늘어난다.
정부는 기금 고갈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현 세대의 노후와 미래세대의 부담이 충돌했다. 하루 아침에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노후를 좀더 보장받을 방법이 없는 걸까.
아직 우리에게는 변수 A가 남아 있다.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월평균 소득을 말한다. 현재 204만원. 내 연금을 계산하면서 다른 사람 소득을 반영하는 건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사회 전반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내 연금도 많아지게 돼 있다. 보험료를 많이 내든 적게 내든 같은 A값이 적용돼 고소득자에게 불리하고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숫자다.
그런데 A값을 계산할 때 ‘소득상한액’을 둔다. 현재 408만원이다. 월 1000만원 번 사람도 408만원 번 걸로 간주해 보험료를 부과하고 그에 맞춰 연금을 지급한다. 고소득을 그대로 반영하면 연금의 부익부 빈익빈이 생길까 우려한 것인데, 이 상한액이 너무 낮다. 공무원연금은 804만원이나 돼서 여야가 715만원까지 낮추기로 했다.
소득상한액을 높이면 두 가지 효과가 있다. ①고소득자의 보험료가 늘어나고 ②A값이 커져 전체 가입자의 연금액이 많아진다. 연금 지출이 늘지만 보험료 수입도 함께 느는 거여서 기금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대체율 높이는 것보다 훨씬 작다. 현재 가입자 중 소득상한액을 적용받는 고소득자는 14% 정도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정확한 추계를 해봐야겠지만, 기금 고갈 우려와 일괄적인 보험료 인상 부담 때문에 소득대체율 상향조정이 어렵다면 A값을 높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난색을 표할 쪽은 기업이다. 고액 연봉 직장인의 늘어나는 보험료 중 절반은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결국 정책 의지에 달렸다.
태원준 사회부장 wjtae@kmib.co.kr
[태원준 칼럼] 국민연금 A값
입력 2015-05-07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