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진 데는 민족주의의 영향이 크다. 단일 국가별 입장, 성적발표, 국기게양, 국가연주 등이 그 예다. 19세기 말 피에르 쿠베르탱이 근대 올림픽을 창설한 배경에는 독일과의 전쟁에 패한 프랑스 청년들의 애국심 고취와 심신단련 목적이 숨어 있었다. 올림픽은 처음부터 민족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던 셈이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최근 민족주의의 근간을 깨는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중국 쑤저우에서 열렸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다국적 복식조가 출전했기 때문이다. 남자복식에 단식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마롱과 7위인 독일의 티모 볼이 한 팀이 됐다. 혼합복식에 한국의 양하은(여·17위)과 중국의 쉬신(2위), 중국의 첸멍(여·10위)과 프랑스의 에마뉘엘 르베송(77위)이 각각 팀을 이뤘다. 국제탁구연맹은 중국의 독식으로 탁구의 흥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일자 1988년 이후 사라진 복식조의 다국적군 출전을 허용했다. 혼합복식에서 양하은-쉬신 조가 우승하자 시상식에는 태극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올림픽에 확대 적용되기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즐감 스포츠] 국경 허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입력 2015-05-07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