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내 자전거에 누가 탔을까] 씽씽 꼬마 자전거에 온갖 동물이 다 탔네요

입력 2015-05-08 02:45

자전거를 타는 꼬마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꼬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자전거 몸체가 더 큼지막하게 나오는 이상한 그림책이다. 날마다 누군가를 태우고 간다는 이 자전거에 함께 타고 가는 동물들이 마치 주연처럼 등장한다. 얻어 타는 자전거가 더 신나서일까. 자전거의 부분 부분이 확대되어 보이고, 거기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동승하는 동물들 이야기가 ‘바람 씽씽’ 달리는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을 발산한다.

빨간 딱정벌레는 벨 위에 앉았다. 뒤에 얹은 짐칸에는 곰과 오리를 양쪽에 앉혔는데, 글쎄 곰 한 마리가 백서른일곱 마리의 오리만큼이나 무겁다. 물고기도 자전거를 타고 간다. 어떻게? 물통 안에 담겨져 가는데, 멀리 바다로 갈 생각에 갑갑한 줄도 모른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코끼리는 언덕에서 밀어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코끼리는 없는 편이 나을 뻔 했다.

털이 보슬보슬한 양은 즐겁지 않았다. 왜냐고? 안장 위에 앉혀져 푹신한 깔개 노릇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려야 할 목장이 멀지 않아 다행이다. 돼지는 앞바퀴 위에 앉아 헤드라이트를 더 밝게 비추라고 소리를 친다. 뱀은 체인 모양으로 매달려가며 행여 떨어질까 겁이 나는 표정을 짓는다. 악어도 자전거를 얻어 타고 갔다. 악어는 도대체 어떤 자세로 갈까. 저자의 창작과 아이의 상상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유아에서 어린이로 성장할 때 배우는 게 두발 자전거다. 그 도전은 설레면서도 두렵다. 하지만 그 자전거에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태우고 간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그림책은 그런 상상을 담아 자전거 타기 도전 의욕을 자극할 것 같다. 저자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