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이번 주 중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금품 메모’에 이름이 오른 8명 가운데 첫 번째 소환이다. 수사팀은 상대적으로 정황증거가 많이 축적된 홍 지사의 ‘1억원 수수’ 의혹을 먼저 처리한 뒤 나머지 수사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1호 소환자는 ‘비박(非朴)’ 홍준표=수사팀 관계자는 5일 “변호인을 통해 홍 지사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8일 출석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수사팀은 5일 홍 지사를 14년간 보좌한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강모 전 보좌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나 본부장은 성 전 회장이 1억원을 줬다고 주장한 시점인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의 선거 캠프에서 자금 관리를 총괄했다. 강 전 보좌관도 경선 때를 비롯해 홍 지사를 의원 시절부터 보좌해온 핵심 측근이다. 수사팀은 “두 사람은 선거 캠프 당시 각각 다른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 확인할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캠프 운영자금 명목으로 1억원이 실제 건네졌는지, 그 과정을 직접 확인하거나 개입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들은 “1억원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 없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캠프 살림을 도맡았던 두 사람이 1억원이 건네지던 장면을 목격했거나 이 돈이 캠프 선거자금 등으로 쓰인 데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수사팀은 윤 전 부사장을 2∼5일 나흘 연속으로 소환조사해 돈 전달 경위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1차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안 모두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을 만나 ‘1억원 전달’ 사실을 재확인하는 자리에 동석한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43·구속) 부장 조사를 통해 보강 진술도 받았다.
수사팀이 홍 지사의 핵심 측근 2명을 같은 날 소환한 것은 홍 지사 ‘직접 조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수사 상황을 점검하는 성격이 짙다. 검찰이 이미 ‘결정적 카드’를 쥐고도 참고인 조사를 통해 역정보를 흘리는 ‘연막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지사는 대학 동문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선임해 대비하고 있다. 홍 지사 측은 ‘금품 메모’ 등의 증거능력과 법리적 문제를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완구 전 총리?=홍 지사 다음으로 수사가 진척된 것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이다. 다만 2년 전 상황에 대한 핵심 참고인들의 진술이 아귀가 맞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돈 전달 수단과 시점 등을 원점부터 재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알려진 의혹은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실을 찾아가 비타500 박스에 3000만원을 넣어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운전기사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4월 4일’이나 ‘비타500 박스’와 배치되는 정황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다른 날, 다른 방식으로 돈을 전달했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 개소식(4월 4일)부터 재보선 투표일(4월 24일)까지 20일간 행적과 참고인 진술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지호일 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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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6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