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굴러다니는 차량은 전체 등록 차량의 8% 정도에 불과하다. 10대 중 9대는 놀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비효율을 사업화한 게 ‘우버’다. 우버는 당장 사용하지 않는 승용차를 콜택시처럼 활용해 수익을 낸다. 새 경제 패러다임 ‘공유경제’ 얘기다. 정부가 공유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공유경제의 명(明)과 암(暗)=공유경제 시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비어 있는 집을 숙박료를 받고 여행객 등에게 빌려주는 공유경제 업체다. 2008년 설립된 이후 현재 3000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2012년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여기에 등록한 한국 숙소는 6400개를 넘어섰다. 크라우딩펀드 전문 연구기관인 메솔루션에 따르면 2010년 8억5000만 달러 수준이던 공유경제 규모는 2013년 51억 달러로 6배가량 급증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책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협력적 공유사회’가 새 경제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미국인 40%가량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현행법 규정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우버의 경우 사실상 일반인이 자가용을 택시처럼 모는 것이어서 택시기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에어비앤비도 숙박업소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점검을 받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성우들이 무료로 뉴욕타임스(NYT), ABC뉴스 등을 읽어주는 서비스인 ‘우마노’ 역시 미국에서 끊임없이 저작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된다.
기존 기업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버가 활성화되면 기존 택시·대리운전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승용차를 구입하지 않고 공유하면 자동차 제조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유경제에 대한 부정적 측면이 점점 부각되는데 지속적인 성장 자체가 멈춰버릴 수 있다”며 “기존 경제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고민 ‘이걸 어떻게 키우나’=기획재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를 우리 경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저성장에 묶여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생산된 제품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자원 낭비를 줄이게 되고,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공유함으로써 아낀 돈만큼 새로운 소비 창출도 가능하다.
일반 가구에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나 학생 등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돈벌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급팽창했다는 사실도 정부가 공유경제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국내 공유경제 기업을 육성시키지 않으면 이 같은 수요를 외국 기업에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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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wide&deep] 新시장이냐, 기존 산업 죽이기냐… 양날의 칼 ‘공유경제’ 딜레마
입력 2015-05-06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