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부진, 中이 몰고온 구조적 요인탓”… 주요 품목 中에 잠식당해

입력 2015-05-06 02:06

최근 한국 경제의 수출 실적 부진이 단지 국제유가 하락과 환율(엔·유로화 약세) 같은 일시적인 요인 때문일까. 중국이라는 후발주자가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구조적 변화 때문에 수출이 부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5일 ‘추격 관점에서 살펴본 한·중·일 수출경쟁력의 변화’ 보고서에서 “1990년대 들어 일본의 주요 수출품목의 시장점유율이 후발 국가의 추격을 받으며 하락했던 모습이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80년대까지 미국, 독일과 함께 세계 수출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93년 9.6%에 이르렀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점유율이 3.6%까지 떨어졌다. 중국과 한국의 추격 때문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2% 내외에서 지난해 12.4%까지 올랐고, 한국은 2%대에서 3%대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그러나 정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더 이상 한국은 후발주자가 아니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상승세는 2010년 수준(3.0%)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 품목별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90년대 일본의 상황과 비슷하게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3년 일본은 사무용 기계와 통신·녹음기기 품목의 수출 점유율이 다른 부문에 비해 배 정도 높았으나 이후 20년간 비교우위지수가 계속 하락해 결국 비교열위 품목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한국도 최근 10년간 두 부문의 비교우위지수가 50∼70% 정도씩 하락했다.

또 93년 한국의 수출잠재력지수는 레코드플레이어 같은 품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이후 6년간 일본의 레코드플레이어 점유율은 77%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수출잠재력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반선박 품목에서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5년부터 6년간 전체 점유율은 18% 상승하는 가운데 2% 하락했다. 즉 90년대 일본처럼 한국도 중국이라는 후발주자에 추격당하는 형국이라는 의미다.

정 연구위원은 “향후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는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급 기술을 요하는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도 후발국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창의적이고 핵심적인 역량을 개발·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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