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을 대체하는 금융상품으로 각광받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요즘 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우선 증시가 좋아져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직접투자로 유턴하면서 ELS 인기가 한풀 꺾였다. 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고 수익이 짭짤하다는 ELS의 강점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원금에 대한 손실률은 높아지는 반면 이익률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상환된 ELS 원금 55조1000억원 중 손실이 난 채로 상환된 원금은 3조6000억원으로 손실상환 비중이 6.5%에 달했다고 5일 밝혔다. 손실상환 비중은 2013년(3.2%)보다 3.3% 포인트나 늘었다. 또 지난해 원금을 까먹은 채로 상환된 ELS의 원금 손실률은 41.4%로 2013년(32.7%)보다 8.7% 포인트 증가했다. ELS에 투자했을 때 손실을 볼 확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지만, 일단 손해를 보게 되면 원금의 40% 이상을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2013년에 이익을 낸 상태로 상환된 ELS의 원금 대비 이익률은 6.6%였으나, 지난해 이익률은 5.0%로 1년 새 1.6% 포인트 감소했다. 수익의 짭짤함이 덜해진 것이다.
금감원은 ELS의 상품구조가 더욱 복잡해져 투자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수형 ELS는 예전에는 주로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했으나, 최근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로스톡스50지수 등 해외지수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나의 ELS에 사용되는 기초자산(주가지수)의 개수도 2∼3개로 느는 추세다. 지수를 여러 개 사용하는 경우엔 하나만 하락해도 손실을 보기 때문에 투자위험도가 높아진다. 또 함께 사용된 지수의 상관관계가 작거나 반대방향으로 움직일수록 위험도는 상승한다.
금감원은 ELS가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임을 투자자들이 명심하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목형에 비해 안전하다는 지수형 ELS도 요즘 같은 주가 상승기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수가 고점에 가까워질 때 가입하면 지수 하락 가능성이 높아져 만기 때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지수의 장기 추이를 살펴보고 가입해야 하며,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해외지수를 기초로 한 ELS는 투자 판단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황 변화나 자금 사정으로 조기 원금 회수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중도해지나 환매가 가능한지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LS의 배신… 작년 원금 손실률 41% 수익률은 달랑 5% 최악
입력 2015-05-06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