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 밥 먹으니 일손도 덜고 이웃끼리 정(情)도 더 들어 좋아요.”
바쁜 농사철이 시작됐지만 경남 거창군 주상면 임실마을 농민들은 요즘 점심식사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지난달부터 점심시간이 되면 마을회관에 모여 부녀회원들이 마련한 따끈한 밥과 국을 함께 먹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농번기에 식사준비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즐거운 얘기도 나눌 수 있으니 주민들이 다들 반긴다.
영농철을 맞아 전국 농촌마을에서 추진되고 있는 ‘농번기 공동급식 지원사업’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은 4∼6월과 9∼11월 15명 이상의 농민이 단체급식을 원하면 하루 3만∼4만원의 인건비나 부식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다. 당번을 맡은 사람이 식사준비를 하는 사이 나머지 농민들은 맘 놓고 농사일을 할 수 있다. 주민들은 각자 지은 농산물을 가져와 이웃과 ‘한솥밥’을 먹는다.
2007년 경북 청송과 칠곡, 전남 나주 등지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고령화된 농민들의 호응이 높아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거창군은 지난해 10개 마을에서 시작했으나 올해 100곳으로 크게 늘렸다.
2011년 17개 마을에서 이 사업을 시작한 전북 완주군은 올해 삼례읍 학동마을 등 34개 마을에서도 추가로 공동급식을 시작했다. 예산은 모두 1억4700만원이 편성됐다. 완주군 관계자는 “농촌의 인력난을 덜고 균형 있는 식단으로 농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효과도 있다”면서 “농민의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 이웃 간 화합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60곳, 지난해 288곳을 도운 전남 나주시는 올해 4억원을 들여 310개 마을을 지원키로 했다. 주민수가 적거나 급식장소가 여의치 않은 마을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마을이 혜택을 보는 셈이다.
전남 순천시도 올해 대상 마을을 112곳으로 늘렸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10개 마을, 전북 김제시에서는 20개 마을에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충북 영동군의 한 농민은 “바쁜 농사철 점심식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결해줘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며 “이웃 간 관계도 자연스럽게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북 남원시는 고령화된 마을 특성에 맞춰 영역을 확대해 눈길을 끈다. 시는 산동면 대상마을에서 농사일로 바쁜 자녀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신해 부녀회원들이 30여명의 노인에게 점심과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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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덜고 情 나누고… 농번기 공동급식 인기
입력 2015-05-06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