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료업계는 빈병 보증금 대폭 인상에 협조해야

입력 2015-05-06 18:42
음료와 주류 등을 담는 빈병 재사용률과 재사용 횟수는 통상 그 나라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빈병 재사용 횟수는 8회 정도로 독일 40회, 핀란드 30회, 일본 24회에 비해 매우 적다. 환경부는 빈병 재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월 20일 공포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1월 이전에 시행령을 통해 빈용기보증금(환불금)과 취급수수료 현실화 및 지급 관리체계 개선을 포함한 세부 실천 수단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985년 도입된 빈용기보증금 제도는 제품 가격에 빈용기보증금을 포함시켜 소비자가 이를 반환할 때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보증금이 30년째 거의 동결돼 있어 인센티브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맥주병(640㎖)과 소주병(360㎖)의 빈병보증금은 각각 50원과 40원, 1000㎖ 이상은 100원 이상이다. 옛날에는 빈병 서너 개만 가져가면 아이스크림 등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십 개를 가져가야 한다. 그나마 소매점에서는 빈병을 잘 받지도 않는다.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음료·주류 제조 및 유통업계와 빈병 재사용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자발적 협약은 표준용기 사용 확대, 재사용 및 환불표시 강화, 제품 가격과 보증금액 별도 표시, 빈용기 무인 회수기 도입 등을 위해 업계가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정작 핵심 수단인 빈병보증금의 대폭 인상 의지는 안 보인다. 자발적 협약과 보도자료에 ‘인상’이라는 표현은 없고, ‘현실화’만 나온다. 환경부는 브리핑을 통해서는 “환불금 액수를 물가 인상폭 및 업계 의견을 감안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빈병보증금이 발품값이라도 할 만큼 인상되려면 음료 제조업계가 인상에 적극 협력한다는 표현 정도는 담아냈어야 한다. 물가 당국과 업계의 눈치를 보는 환경부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