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 영등포역 파출소에서 발생한 칼부림 살인사건에 대해 국가가 피해자 가족에게 1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의자 관리를 소홀히 한 경찰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송모(57)씨는 그해 9월 영등포역 광장에서 동료 노숙인 홍모(39)씨와 싸움을 벌였다. 홍씨에게 맞아 오른쪽 눈썹 부위가 찢어졌다. 싸움이 커지자 영등포역 파출소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송씨는 파출소에 도착한 뒤에도 홍씨에게 수차례 욕설을 하며 “죽인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경찰은 “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만 있다”는 송씨의 말만 믿고 신체 수색을 하지 않았다.
송씨는 파출소에 온 지 20분 만에 겉옷 주머니에서 접이식 과도를 꺼내 휘둘렀다. 홍씨는 얼굴과 어깨를 다쳐 병원에 옮겨졌고, 과다출혈로 사흘 만에 숨졌다. 당시 파출소에는 경찰관 5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송씨를 감시하지 않고 있었다. 송씨가 홍씨의 1m 옆까지 다가갔는데 떨어지라고 말한 경찰관도 없었다.
파출소 경찰관들은 직무태만을 이유로 감봉과 견책 처분을 받았다. 송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홍씨의 형은 지난해 2월 송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오영준)는 “송씨는 2억9128만원을 배상하고, 국가는 이 중 1억728만원을 부담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체 수색을 해야 하는 지구대 현장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며 “피의자들을 격리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홍씨의 폭행이 범행 빌미를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해 국가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단독] ‘파출소 칼부림 살인사건’ 국가배상 판결
입력 2015-05-06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