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개정 공론화해서 차분하게 풀자

입력 2015-05-06 18:41
여야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합의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 국민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더 지우고, 막대한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엄청난 일을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밀실에서 결정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판 한 마디에 새누리당은 한발 빼는 분위기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대로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평균소득층 기준·2011년 OECD 통계)은 42.1%로 OECD 평균 57.3%에 훨씬 못 미친다. 영국(31.9%) 일본(34.5%) 미국(39.4%) 독일(42.0%)에 비해서는 높거나 비슷한 편이나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리 사적연금 가입률이 높아 공적연금 부족분을 사적연금으로 충당해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리스(95.7%) 스페인(81.2%) 덴마크(79.7%) 이탈리아(64.5) 등은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이 중 덴마크를 제외하곤 국가 재정이 파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가 2007년 연금 개혁을 한 이유도 이런 꼴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연금 개혁으로 당시 60%이던 소득대체율이 2008년 50%로 떨어졌고, 2028년까지 점차적으로 40%에 맞춰지게끔 바뀌었다. 올해는 46.7% 수준이다. 이를 다시 50%로 끌어올리자는 게 여야 합의다.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5일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현재(9%)의 두 배 수준인 18.85%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애초 국민연금 재정 추계대로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고정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경우 보험료율을 1% 포인트만 올려도 된다는 반론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 추정은 기금 고갈 시점을 2100년 이후로 고정했을 때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8.6%로 OECD 평균(12.8%)의 거의 네 배 수준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처럼 소득대체율도 낮고 수급률도 낮은 국민연금 체계로는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야가 여론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분명 잘못이나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사회적 공론에 부칠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여야가 합의한 처리 시기와 소득대체율 50%에 얽매여서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제로베이스에서 역지사지로 중지를 모아야 최선의 안을 도출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용이지 시기가 아니다. 국회 특위 활동 마감시한에 쫓겨 개혁 아닌 개혁이 되어버린 공무원연금 협상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