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가 달라졌다… 따가운 여론에 귀 열고 “오해 씻자” 해명 나서고 정의선 부회장 소통 행보

입력 2015-05-06 02:05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커뮤니케이션팀으로부터 이메일 보고를 받고 있다. 이메일 내용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와 ‘보배드림’과 같은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다. ‘영종대교 100중 추돌사고에서 현대차 ***의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라든가 ‘기아차 **은 쿠킹호일이다’ 등 현대차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 부회장은 30명 규모의 커뮤니케이션팀을 출범시키면서 “터무니없는 비난성 글이라도 가감 없이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5일 “적나라한 보고 내용 때문에 담당 부서가 학을 떼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면서도 “여과 없이 보고하라는 강력한 지침 때문에 내용을 순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보고를 받는 즉시 남양연구소, 국내영업본부 등 관련부서 본부장에게 ‘즉각 대응 조치’ 등의 지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특히 신차 품질에 대한 비판 의견, 대리점 등 판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고객 불만 사항에 관심이 많다는 후문이다. 현대차의 결함이나 서비스 불만 등에 대한 글이라면 대부분 정 부회장도 알고 있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룹 후계자인 정 부회장이 이처럼 직접 보고를 챙기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국내 점유율 60%대 하락과 비판 여론 확산 등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은 얘기라도 바로 시정하는 그런 마인드를 전체 직원들이 가지도록 하는 중”이라며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현대차의 ‘해명 행보’에도 정 부회장의 즉각 대응 주문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오해와 진실’ 코너를 만들어 해명 글 2개를 올렸다. 현대차 비판의 단골 소재인 ‘현대차는 내수용과 수출용 강판이 다르다’와 ‘현대차 강판은 쿠킹호일이라고 불릴 만큼 약하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반박 글이었다. 지난 3∼4월에는 각종 해명성 공개행사도 잇달아 개최했다. 3월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후방 추돌되면 배터리가 폭발한다’는 의혹이 인터넷에 제기되자, 네티즌들을 직접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테스트를 실시했다. 배터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리고 대형 수조에 배터리를 담그고, 충돌 테스트도 벌였다. 우려와는 달리 배터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현대차는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 등에 올렸다. 4월에는 ‘현대차의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변속 충격이 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보배드림 회원들을 초청해 7단 DCT 장착 차량 시승회를 열었다. 최고위급 인사들도 해명 행보에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조만간 김충호 사장, 남양연구소 권문식 사장, 국내영업본부장인 곽진 부사장 등 고위 경영진을 직접 등장시켜 현대차에 대한 각종 오해를 설명하는 자리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