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부인(유미 호건)을 둔 덕분에 스스로 ‘한국 사위’라고 자랑하는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부부가 4일 오후(현지시간) 주도 애나폴리스에 위치한 상원 건물을 찾았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주정부 차원에서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와 이후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온 이산가족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 상영회를 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호건 주지사와 유미 여사는 영화 상영에 앞서 관람객으로 참석한 100여명의 한·미 참전용사들에게 고개부터 숙였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는 오늘 여기에 와 있는 참전용사들에게 엄청난 감사의 빚을 지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지금 누리는 자유가 당신들의 희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나라들이 참전용사의 고마움을 잊고 살지만 한국은 결코 고마움을 잊지 않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호건 주지사는 그러면서 “이 영화는 너무나 슬픈 영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들었다”며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서 눈이 촉촉하지 않은 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상영 내내 관람석 곳곳에서 훌쩍이거나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볼티모어 폭동사태를 수습하느라 일찍 자리를 뜬 호건 주지사가 ‘시간을 쪼개’ 영화 상영회를 연 것은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함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주 상원 건물을 상영회 장소로 개방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바로 유미 여사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영화 내내 울어 눈이 벌게진 유미 여사는 상영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전쟁을 겪으면서 가난했던 시대를 살았던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관저에서 쌀로 밥을 지어먹는데, 나는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는다. 바로 어머니의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미 여사는 이어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항상 미국 군인들의 희생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었다”며 “이런 가르침이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영회에는 폭동사태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볼티모어를 다녀온 안호영 주미대사도 참석했다. 상영회에 앞서 이병희 미 동부 재향군인회장은 호건 주지사에게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 금메달을 수여했다.
호건 주지사 부부는 5일 오후 경향가든교회에서 한인 피해대책 설명회를 여는 데 이어 26일쯤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대통령 예방과 경제인 면담 등을 추진 중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국제시장’ 관람한 메릴랜드 주지사 부부 “한국, 참전용사 고마움 잊지 않는 나라”
입력 2015-05-06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