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과거사 對日기조] ‘과거사 반성 없이 관계 개선 없다’… 아베 등장 후 굳어진 틀 3년째 불변

입력 2015-05-06 03:11

‘시진핑(習近平) 중국’의 대일 기조가 달라졌음에도 박근혜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2013년 출범 당시보다 소원해진 한·일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은 더 느끼고 있지만 “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 가해의 과거사를 덮으려는 태도엔 변함이 없다”는 스탠스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13년 초 중의원 선거를 통해 막 집권했던 아베 총리가 연거푸 역사수정주의 발언을 터뜨리자 “(우리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일본과) 화해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곧바로 현 정부의 대일 기조로 굳어졌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다시 한번 “가해자(일본)와 피해자(한국)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고, 5개월 뒤 8·15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의)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박 대통령의 생각은 여전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표단를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 총리의 보다 전향적인 역사인식 표명 조치를 통해 한·일 간 참된 화해와 미래지향적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뿐 아니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직도 아베 정부는 과거사 시각을 바로잡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윤 장관은 같은 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유럽 데이’ 행사 축사를 통해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기반 위에 평화와 번영을 공유하는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독일의 나치에 대한) 진심어린 참회, 역사 직시, 희생자에 대한 사과와 화해의 정신은 동북아 지역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했다.

정부의 대일 기조는 2013년과 마찬가지로 과거사와 협력 사안을 분리한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경제·문화·인적 교류 등에서의 한·일 협력은 진행하되 과거사에 관한한 ‘압박 모드’를 지속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정권의 책임 있는 조치를 사실상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제는 과거사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과 협력 쪽으로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집권 초기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부인하려 했을 정도로 ‘극우’ 수준이던 아베 정권의 과거사 인식이 두 담화를 인정할 만큼 후퇴했는데 2년 전의 대일 기조를 지속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한 외교 전문가는 5일 “투트랙이라지만 정부의 대일 정책이 과거사에 상당히 치우쳤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적절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