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문경새재의 스타벅스

입력 2015-05-06 18:22

4일 7년여 만에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도립공원을 찾았다. 주흘관(主屹關)까지 가는 길 옆 상가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엔제리너스, 스타벅스, 롯데리아 등이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근년 자영업의 부침 속에서 없어지면 동네 음식점, 생기면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이라더니 이제 자연공원 안팎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장소를 가리지 않겠다는 사업가 정신을 탓할 일은 아니다.

주흘산 정상까지 오르려고 김밥집을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몇 년 전부터 자연공원 집단시설지구(상가)에서 김밥을 사기가 어렵다. 아침밥을 사먹고, 그것도 인심 좋은 집이라야 싸줄까 말까하는 정도다. 아예 포기하고 불고기버거를 샀다. 40년 등산 역사상 산행 중 버거를 점심으로 먹기는 처음이다.

국립·도립공원 초입의 상가에서는 파전, 산채정식(비빔밥) 등 왜 천편일률적인 메뉴만 취급할까. 수십 년이 지나면서 탐방객들의 취향도 다양해졌건만. 모든 식당의 메뉴가 대동소이하다. 왜 우동과 튀김집은, 스파게티점은 없을까. 가장 흔한 자장면집도 찾기 어렵다. 이것도 묵시적 담합이 아닌가. 일본의 경우 경승지 앞에 격식을 갖춘 일식집도, 양식집도 있고 스낵과 프랜차이즈 식당도 있다. 국립공원 주변 상가는 아직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거의 들어가지 못한 곳으로 남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상가번영회 등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통해 경쟁이 될만한 사업의 입점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새 메뉴 개발도,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도 하지 않는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연수원은 마을 음식점주들의 우격다짐에 굴복해 구내식당 규모를 40석으로 줄여야 했다. 이래서는 그들과 지자체의 요구대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해봤자 식당 매출은 별로 오르지 않는다. 탐방객을 만족시키겠다는 지역주민들의 마음과 서비스 정신이 없다면 관광산업 진흥책도 무용지물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