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목숨을 걸고서 정권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같이 매일 움직이고 뛰던’ 홍문종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조직총괄본부장에게 2억원을 줬다는 주장도 했다. 이른바 ‘금품 메모’에 이름이 오른 8명 가운데 지난 대선과 관련해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는 홍 의원이 유일하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문제의 2억원이 경남기업에서 빠져나와 실제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흘러갔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경남기업 비자금 32억원의 인출 내역을 검찰에 제출했던 한장섭(50) 전 부사장이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경남기업 자원개발 비리 수사 때 이미 입건된 ‘피의자’이자 이번 수사에 협조하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한 전 부사장은 최근 일주일 이상을 출퇴근하듯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을 제외하면 그가 비자금 집행 내역을 가장 소상히 알고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수사는 특히 대선이 있었던 2012년의 회삿돈 사용처 부분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설현장 지원금 명목으로 회삿돈 32억여원을 가져갔는데, 이 중 9억5400만원을 2012년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은 그해 10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하고 성 전 회장이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직함을 받은 이후 가져간 회삿돈의 행방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팀은 한 전 부사장에게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이 현금 2억원을 갖고 오라고 해서 사무실로 가져갔다. 그 자리에 새누리당 캠프 소속 김모씨가 앉아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 돈이 실제 건네지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 전 회장과는 충청포럼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20년 정도 알고 지냈지만 돈 얘기는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성 전 회장 사무실로 찾아갔다는 내용도 기억상으로 99%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나모(50)씨에게 5일 오후 2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나씨는 2001년부터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금품거래 의혹 시점인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 선거캠프에서 재정 업무를 담당했다.
수사팀은 1억원 심부름 역할을 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4일까지 사흘 연속 불러 조사했다. 윤 전 부사장은 “국회 근처에서 홍 지사 승용차에 탑승해 골목골목 들어가다 차 안에서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홍 지사 운전을 담당했던 A씨는 검찰에서 “윤 전 부사장을 전혀 알지 못한다. 차량에 태운 기억도 없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 주변 인물들이 ‘말맞추기’를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홍 지사 소환 조사는 이르면 이번 주말에 이뤄질 전망이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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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5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