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국정 복귀] “공무원연금 개혁, 폭·속도 기대 못미쳤다”

입력 2015-05-05 02:32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주일간의 와병(臥病) 끝에 4일 공식 일정을 재개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사항 중 국민연금 제도변경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 동의 및 공감대가 우선’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진통 끝에 합의안을 도출한 국회를 겨냥해 날 선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불만스럽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했다.

◇국민 동의 앞세워 분명한 반대 표명=박 대통령은 우선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도출 및 6일 국회 본회의 처리 일정 합의에 대해선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선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먼저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의 근본적 이유를 “지금의 연금 구조로는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혁안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여야 합의안이 구조개혁이 아닌 주요 수치만 조정하는 모수(母數)개혁에 그치면서 당초 개혁 취지와 목표가 훼손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정 부담은 다소 줄었다”면서도 “국민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현재 40%인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한 여야 합의에 대한 반대논리를 ‘국민’에서 찾았다. 회의 모두발언에서만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 “반드시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할 문제”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등 다양한 논거를 사용했다. 일반 국민 2000만명이 가입한 국민연금까지 손보기로 합의한 점이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줄 공산이 커진 점을 들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국회 역시 신중한 모드로 선회함에 따라 여야의 기존 ‘9월 정기국회에서 국민연금 제도변경안 처리’ 합의는 이행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여야 합의안 직후 청와대와 정부가 강력 반발했던 것에 비해선 비판 수위가 한결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국회 실무기구의 타협을 통해 여야가 합의한 사안인데 더 이상 청와대가 강력하게 나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 각종 개혁 논의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여야를 비판해 반발을 사기보다는 다른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바탕이 돼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14분 모두발언 통해 현안 모두 언급=박 대통령은 14분간의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거의 모든 국정 과제와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거침없이 언급했다. 공무원·국민연금 개혁과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은 물론 경제 살리기, 정치개혁,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파문 수사, 특별사면, 순방 성과, 네팔 지원 문제까지 다양하게 거론했다.

베이지색 상의 정장 차림으로 1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박 대통령은 얼굴 표정 등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목소리가 조금 이상한데, 그러려니 하십시오”라며 웃은 뒤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전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각 수석비서관들과 비공개로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회의는 모두발언을 포함해 1시간10분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회의 뒤 “몸이 쉽게 잘 낫지 않는다”고 말해 아직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