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장기 이식’ 희귀병 3세兒, 새 생명 찾았다… 희망의 삶 찾은 신연호군

입력 2015-05-05 02:17
국내 최초로 간을 제외한 소화기계 장기 6개를 이식받은 신연호군이 지난달 28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축하를 받으며 퇴원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신연호(3)군은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났다.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음식물을 소화하거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져 장애범위가 전체 위장관으로 넓어진다. 영양결핍은 물론 멈춰 있는 창자 속 음식물의 부패, 세균번식, 감염으로 패혈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연호는 정맥을 통해 모자라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재가정맥영양법’에 의존하고 있다.

정상적인 장기를 이식받는 길 외에는 사실상 다른 치료법이 없다. 그런데 기증자를 만나기도 어려울뿐더러 위 등 6개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을 해야 한다. 연호네는 2013년 여름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장이식수술에 성공한 권위자다.

이 교수는 연호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대기자 등록을 했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당시 두 살밖에 되지 않은 연호에게 딱 맞는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어린이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거의 없어서였다.

지난해 11월 25일 피 말리는 기다림 끝에 기적이 다가왔다.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네 살 어린이가 장기 기증자로 나타났다. 연호와 몸 크기가 맞아 장기를 한 덩어리 채로 옮겨야 하는 ‘변형다장기이식’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됐다. ‘변형다장기이식’은 연호가 국내 첫 사례였다.

수술은 곧바로 시작됐다. 간을 보전하면서 소화기관들을 잘라내야 해 절단과 문합이 반복됐다. 13가지의 독립적 수술과정에 18시간30분이 걸렸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진균성간농양, 폐렴 등의 감염증, 면역거부반응(이식편대숙주반응) 등 위중한 고비를 겪기도 했다.

5개월이 지나면서 연호는 몸 상태가 좋아져 지난 1일 퇴원을 했다. 현재 하루 식사 필요량의 3분의 2 이상을 입으로 섭취하며 여느 아이들처럼 쾌활하게 생활하고 있다. 아직 면역거부반응으로 나빠진 폐기능이 회복되지 않았고, 1년 후 장루 복원 등 마무리 수술을 남겨 둔 상태지만 힘든 고비는 다 넘긴 셈이다.

연호의 어머니(38)는 4일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오랜 시간의 수술을 견뎌낸 아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비용 1억여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치료비가 수억원 들었지만 도움을 요청한 보건소나 정부로부터 ‘너무 희귀한 희귀질환’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면서 “난치성 희귀질환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