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진행 중인 대학구조개혁이 추진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힌 데다 대학 등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대학구조개혁 면접평가(지난달 28∼30일) 직후 예정됐던 현장 실사도 ‘없던 일’이 됐다. 교육부의 정책추진 의지가 꺾였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마무리된 대학구조개혁 면접평가 후속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현장 확인검증’ 대상 대학은 한 곳도 없다”고 4일 밝혔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자체평가→면접평가→현장 확인검증’ 순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현장 확인은 앞선 두 단계에서 실적 부풀리기, 허위 증빙자료 등이 의심되면 하기로 했었다. 면접평가에 참여한 163개 대학 전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한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워낙 치열해서 ‘꼼수’가 없지 않을 텐데 상당히 의외”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느슨해지자 교육부의 대학 정원감축 의지가 퇴색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각종 평가에 ‘정원감축 노력’을 반영해 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해 왔다. 2023년 대학 입학정원이 16만명 부족해지면서 대학들의 ‘연쇄 도산’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이런 정원감축 정책의 핵심이다. 대학을 5개 등급(A∼E)으로 나눠 A등급을 뺀 나머지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대학구조개혁의 엔진인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법’은 4월 국회통과가 무산됐다. 법이 시행되지 않으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6월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이 어렵다.
교육부는 A∼C등급은 그대로 두고 D·E등급에 한해 정원 감축을 유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부실대학을 솎아내는 데에 집중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로 되돌아간 셈이다.
과거 교육부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더라도 정원감축 노력을 보이면 제재를 유예시켜줬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는 이런 내용이 없다.
대학구조개혁이 난관에 부딪힌 건 두 가지 요소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선 국회의원들이 이해당사자이다. 지역 대학을 문 닫게 하는 일은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북 남원 서남대의 경우 정부가 의대를 폐쇄하려하자 해당 지역구 의원과 지역 정치인들이 뭉쳐서 저항하기도 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소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 부총리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교육부가 대학들을 문 닫게 할 것이 아니라 수요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 부총리는 유학생 유치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을 얼마나 완화할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앞으로 대학구조개혁은 시장 논리에 맡겨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입장에서 제일 편한 길은 ‘적자생존’에 맡기는 일이다. 그러면 수도권 대학들과 지방 국립대 몇 곳만 살아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현장 실사 없던 일로… 동력 잃는 대학구조개혁
입력 2015-05-05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