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회 문제에 침묵해선 안됩니다”… 공공신학 권위자 英 요크세인트존대학교 김창환 교수

입력 2015-05-05 00:31

“교회는 사회 문제에 대해 침묵해선 안 됩니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월호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신학은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영국 요크세인트존대학교 김창환(60·영문명 세바스찬 킴·사진) 교수는 지난 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공공신학은 신학의 영역이 교회나 기독교인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공적 분야에 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공공신학(Public Theology) 분야를 10년 째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이 분야에서 세계적 학자군에 이름이 올라 있다. ‘국제 공공신학 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공공신학 저널’ 편집장도 겸하고 있다. 2011년엔 ‘공적 영역에서의 신학’도 영문판으로 출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공공신학은 신학의 외연을 교회 밖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구현한다. 공공신학은 구약성경의 욥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 등과 같은 지혜문서에서 기원을 찾는다. 이들 지혜서들은 당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사회 등 인간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공공신학 분야는 1970년대 마틴 마티 미국 시카고대 신학부 교수가 ‘공적 교회(public church)’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촉발됐다. 마티 교수는 이 용어를 통해 교회도 정치 참여가 가능한 신학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신학은 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를 거치며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장로회신학대의 ‘공적신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공공신학은 시민사회와 협력하며 정책 입안에도 기여한다. 영국 상원은 성공회 주교를 참여시켜 약자의 권리를 반영토록 한다. 아프리카 극빈국 부채 탕감 캠페인 ‘빈곤을 역사 속으로(make poverty history)’는 교회가 처음 주도했다.

김 교수는 공공신학이 적용 가능한 6가지 카테고리로, 국가 시장 미디어 시민사회 학계 종교계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경우 국가와 시장, 미디어 등이 공공영역을 주도하고 있다”며 “교회는 이들 영역 속에서 공공의 선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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