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판서 실력 갈고닦았다… 드라마 속 돋보이는 조연들

입력 2015-05-06 02:45
연극배우 출신 조연을 대거 캐스팅해 화제가 되고 있는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 왼쪽부터 이화룡(김비서 역), 서정연(이선숙 역), 길해연(양비서 역), 김정영(정순 역), 김학선(박집사 역)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SBS 제공

드라마 속 주연배우들에게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가 최근엔 ‘이들’에게도 집중되고 있다. 얼굴과 이름은 낯설지만 연기력이 탁월한 조연 배우들. 자세히 살펴보면 대학로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자들이 많다.

◇대학로의 명품 배우, 브라운관에서 만나니 반갑네=SBS 월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길해연이 연기하는 양비서는 빠른 두뇌회전으로 주인공 유준상(한정호 역)을 보필하면서 한편으로 길들이기도 하는 인물이다. 주연급은 아니지만 드라마의 중요한 전개 부분마다 등장해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그에게는 ‘신스틸러’(Scene stealer)라는 별명이 붙는다. 길해연은 1986년 극단 ‘작은신화’의 창단멤버로 대학로에 발을 디딘 후 2002년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 2011년 동아연극상 연기상, 지난 4월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한 실력파 배우다. 연극 ‘위대한 유산’ ‘봄날은 간다’ ‘그림자 아이’ 등에 출연했고 현재는 극단 작은신화의 부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길해연 외에도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허정도(경태 역), 윤복인(김진애 역), 김호정(엄소정 역), 서정연(이선숙 역), 전석찬(서철식 역), 이화룡(김비서 역), 김정영(정순 역), 김학선(박집사 역) 등은 한 장면만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는 손꼽히는 명품 조연들이다. 안판석 PD는 첫 방송을 앞두고 “주연 배우 잘 써놓고 조연 배우의 연기가 잘 안나오면 작품 전체가 망가진다”며 “캐스팅 중 마음 졸이는 부분 또한 단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PD의 철학이 통한 걸까. ‘풍문으로 들었소’는 매회 흥미진진한 전개와 풍자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나현애 역을 연기하는 서이숙은 극중 공부 못하던 채시라(김현숙 역)를 괴롭혔던 속물근성을 가진 악역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그는 한 해에 2∼3편의 연극에 출연하면서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 대학로 스타다.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와 ‘맨 프럼 어스’ 등에 출연했다.

지난해 방영됐던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배우 황영희(도혜옥 역),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배우 김선영(백묘 역) 등도 대학로와 브라운관에서 이름을 알렸다.

◇드라마 속 ‘신의 한 수’, 배우들에겐 연기력 선보일 기회=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 또한 조연들의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손종학(마부장 역), 김대명(김동식 역), 전석호(하대리 역), 태인호(성대리 역) 등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화제가 됐다. 드라마가 끝난 후 이들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차기 작품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분량을 확보했다. 김대명의 경우 영화 ‘판도라’(가제)에 배우 김남길, 김명민 등과 함께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브라운관으로의 진출은 배우들에겐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드라마 제작사에게는 한 장면으로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는 ‘신의 한 수’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5일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숨겨진 배우를 통해 신선한 느낌을 주면서 배역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스타 배우의 이름값에 따라 TV를 시청했다면 최근에는 드라마 자체를 즐기려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며 “안정된 연기력과 새 이미지를 가진 연극배우들이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