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色 입히니 주의력·집중력 높아졌다… 서울 6개 초·중교 환경 개선 결과

입력 2015-05-05 02:35
서울시가 초·중학교 건물 실내에 색채디자인을 입히는 ‘학교환경개선 컬러컨설팅’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색채디자인을 입힌 우장초등학교 계단들. 서울시 제공
국제적인 느낌을 주는 노란색 계열로 디자인한 봉화중 외국어교실존.
서울 노원구 녹천초등학교는 2011년 도장이 낡은 실내 벽면을 새단장하면서 색다른 시도를 했다. 학교 건물이 ‘ㅁ'자 형태여서 저학년 학생들이 위치를 헷갈려 하는 걸 감안해 공간을 구분해 색을 입혔다. 학교 내부 각 면을 4계절로 나누고 봄에 해당되는 면은 연두색, 여름은 녹색, 가을은 갈색, 겨울은 청회색으로 색을 칠했다. 복도와 계단에는 무지개, 별자리, 낙엽 등 계절에 맞는 화사한 그래픽을 그려 넣었다.

서울 중랑구 봉화중학교는 2013년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면서 교과별 특성과 컬러테라피(색깔의 성질을 심리치료와 의학에 활용하는 정신적 요법)를 접목한 교과교실존을 만들었다.

음악실·미술실 등 예체능 교실에는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붉은색 계열을, 영어교실은 국제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노란색 계열로 칠했다. 인문·사회 과목 교실은 차분하고 지적인 녹색 계열로, 컴퓨터 등 자연·과학과목 교실은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파란색 계열로 단장했다.

우중충하고 획일적인 학교 공간에 학생의 눈높이와 교실 특성에 적합한 색채디자인을 적용하는 ‘학교환경개선 컬러컨설팅 사업’의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시는 (사)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가 녹천초와 봉화중 등 2011∼2014년 색채를 통한 학교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한 6개 초·중학교 학생(272명)과 교직원(85명) 학부모(111명) 등 4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4일 밝혔다.

설문 결과 ‘이전과 비교해 공격적인 성격이 줄었다’는 문항에 학생의 68%, 학부모의 71%, 교직원의 81%가 공감했다. ‘친구·선후배 간 싸움이 줄었다’는 문항에도 학생의 60%와 교직원의 69%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은 ‘학교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72%), ‘수업분위기가 더 좋아졌다’(72%) 등의 반응도 보였다.

박연선 홍익대 교수(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장)는 “학교 건물에 잘 계획된 색채디자인을 적용하면 아이들의 정서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며 “컬러컨설팅을 적용하는 학교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의과대학이 지난해 우장초등학교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뇌파변화 검사에서도 컨설팅을 적용한 곳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주의력은 40%, 집중력은 27%, 휴식력은 2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컬러컨설팅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2011년부터 매년 3개 학교씩 선정했던 사업 적용대상을 올해는 영림초, 신명초, 거원초, 무학중, 신남중 등 5개 학교로 늘리기로 했다. 또 이들 학교의 컬러 디자인 구상 과정에 학생과 교사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기로 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