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녹천초등학교는 2011년 도장이 낡은 실내 벽면을 새단장하면서 색다른 시도를 했다. 학교 건물이 ‘ㅁ'자 형태여서 저학년 학생들이 위치를 헷갈려 하는 걸 감안해 공간을 구분해 색을 입혔다. 학교 내부 각 면을 4계절로 나누고 봄에 해당되는 면은 연두색, 여름은 녹색, 가을은 갈색, 겨울은 청회색으로 색을 칠했다. 복도와 계단에는 무지개, 별자리, 낙엽 등 계절에 맞는 화사한 그래픽을 그려 넣었다.
서울 중랑구 봉화중학교는 2013년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면서 교과별 특성과 컬러테라피(색깔의 성질을 심리치료와 의학에 활용하는 정신적 요법)를 접목한 교과교실존을 만들었다.
음악실·미술실 등 예체능 교실에는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붉은색 계열을, 영어교실은 국제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노란색 계열로 칠했다. 인문·사회 과목 교실은 차분하고 지적인 녹색 계열로, 컴퓨터 등 자연·과학과목 교실은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파란색 계열로 단장했다.
우중충하고 획일적인 학교 공간에 학생의 눈높이와 교실 특성에 적합한 색채디자인을 적용하는 ‘학교환경개선 컬러컨설팅 사업’의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시는 (사)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가 녹천초와 봉화중 등 2011∼2014년 색채를 통한 학교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한 6개 초·중학교 학생(272명)과 교직원(85명) 학부모(111명) 등 4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4일 밝혔다.
설문 결과 ‘이전과 비교해 공격적인 성격이 줄었다’는 문항에 학생의 68%, 학부모의 71%, 교직원의 81%가 공감했다. ‘친구·선후배 간 싸움이 줄었다’는 문항에도 학생의 60%와 교직원의 69%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은 ‘학교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72%), ‘수업분위기가 더 좋아졌다’(72%) 등의 반응도 보였다.
박연선 홍익대 교수(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장)는 “학교 건물에 잘 계획된 색채디자인을 적용하면 아이들의 정서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며 “컬러컨설팅을 적용하는 학교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의과대학이 지난해 우장초등학교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뇌파변화 검사에서도 컨설팅을 적용한 곳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주의력은 40%, 집중력은 27%, 휴식력은 2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컬러컨설팅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2011년부터 매년 3개 학교씩 선정했던 사업 적용대상을 올해는 영림초, 신명초, 거원초, 무학중, 신남중 등 5개 학교로 늘리기로 했다. 또 이들 학교의 컬러 디자인 구상 과정에 학생과 교사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기로 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학교에 色 입히니 주의력·집중력 높아졌다… 서울 6개 초·중교 환경 개선 결과
입력 2015-05-05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