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4일 여야가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합의한 데 대해 “국민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 달여 만에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000만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등 제도 변경을 한 것은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여야가 지난주 말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명목 소득대체율 상향을 끼워넣은 데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것은 해당 부처와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 9월 국민연금 제도변경안을 처리키로 한 여야의 향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1주일간 휴식 끝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주재를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복귀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내년에 하루 100억원씩 투입될 연금재정 보전금이 60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개혁의 폭과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가 합의해 당초 약속한 연금개혁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또 회의에서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정치개혁을 통해 부정부패 및 정경유착 척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했다. 특히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과 정치가 국민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정치에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과거의 낡은 정치를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29재보선 결과와 관련해선 “과감한 정치개혁과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는 “최근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해 어떤 의혹이든 부정부패는 반드시 도려내겠다는 각오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전력을 다해 국민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에 대해서도 “아베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실한 사과로 이웃국가들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미국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이렇듯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매몰돼가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우리가 해결해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엔 과거사와 한·미동맹, 한·일 관계, 한·중 관계 등 외교 문제를 구분하면서 소신 있게 대응해줄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에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 일행을 잇따라 접견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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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5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