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주장은 국민연금이 노후소득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지금대로라면 현재 가입자들은 거의 모두 노후에 필요한 최소 금액의 45%에도 못 미치는 연금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에 모두 빈곤=4일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민연금 수령자의 39.4%는 월 20만원 미만의 연금을 받고 있다. 월 20만∼40만원을 받는 사람도 39.8%다. 국민연금 수령자 10명 중 8명(79.2%)이 월 40만원도 안 되는 연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최근 발표 자료에서도 지난해 1인당 월평균 노령연금 지급액은 약 41만원이었다. 20년 이상 가입자 가운데는 173만1510원의 최고 연금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고작 월 32만3820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앞으로는 평균 가입기간이 늘어 개인의 연금 수령액도 지금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정창률 교수는 2012년 생산·건설·자영업·소매업·금융업·돌봄노동자 등 12개 위험 인구집단의 2050년 이후 노후소득을 시뮬레이션했다. 빈곤선을 상회하지만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소득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그 결과 이들이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준비를 할 경우 은퇴 전 생애평균소득의 22∼38%에 불과한 노후소득을 갖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소득을 마련할 수 없고, 퇴직연금이 적정 시점에 강제화됐을 때에야 노후소득이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 팔아도 충분치 않은 노후소득=주택 등 자산을 연금으로 전환해도 은퇴 이후 필요한 소득의 49.8∼76.3%만 충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김재호 연구원은 지난해 ‘초고령 사회와 노후소득’ 보고서에서 생존 기간을 고려한 은퇴 후 필요소득을 2010년 기준 월평균 153만원으로 추정하고 공적연금이 이를 충족시켜 주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필요소득 충족률은 2020∼2045년 25%에서 45%로 높아진 뒤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것으로 예측됐다.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을 월 소득으로 전환해도 이 비율은 최고 76.3%까지만 높아졌다. 특히 2050년에는 집 등 자산을 죄다 연금으로 전환해도 필요한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없는 가구가 최고 68.0%나 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2012년 도시지역 거주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8.6%는 은퇴자금이 ‘매우 부족’하거나 ‘부족하다’고 답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박지숭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합쳐도 소득대체율은 평균소득의 45∼55% 수준으로 선진국의 60∼80%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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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5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