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는 당초 공무원연금이 천문학적인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의 재정절감 효과가 예상보다도 턱 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자 국가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합의안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진행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2016년부터 2085년까지 부담해야 하는 총 재정부담금은 1654조원이다. 합의안 이전에 비해 333조원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 세금으로 매년 지원되는 금액은 평균 23조원을 넘어선다. 최초 정부가 제시했던 안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김용하안(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제안했던 여당 안)보다도 재정 절감 면에서 한참 후퇴해 있다. 정부 기초 제시안을 적용하면 현 정부 임기 동안 부족한 공무원연금을 메우는 데 재정 13조8959억원가량이 소요되지만 최종합의안으로 하면 이보다 5조원가량 많은 18조8904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 규모는 정부안(40조5706억원)과 합의안(54조8690억원)의 격차가 더 커진다.
이는 합의안이 재정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에 대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5년간 연금액을 동결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첫 수령 나이도 현행보다 3년에 1세씩 늦춰 2033년이 되면 65세에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대목도 재정절감 효과를 감소시켰다. 당초 정부안과 새누리당·김용하안은 2년에 1세씩 늘어나도록 해 2031년이면 65세가 첫 연금 수령 나이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었다. 연금 수령 나이를 단계적으로 연장키로 하면서 재직 10년 이상 공무원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게 된 점도 재정 결함을 효과적으로 막기 어렵게 한 원인이다.
연금이 전액 삭감되는 대상자도 정부안보다 줄었다. 정부 기초 제시안은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퇴직 공무원과 고액 연봉자는 전액 삭감 대상자에 포함했지만 이번 합의안에는 빠졌다. 고령화가 진행돼 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연금 인상액이 줄도록 하는 ‘고령화 지수’ 도입도 없던 일이 됐다. 경제 침체와 세수 부족으로 적자 재정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합의안이 기초 제시안보다 재정 절감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4일 “인사혁신처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야 정확한 재정 영향을 평가할 수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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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5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