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항공사들, 유가하락·환율 덕에 최대 실적잔치

입력 2015-05-05 02:58
국내 항공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과 환율의 영향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됐고, 항공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항공사들의 ‘고공비행’은 현실화되고 있다.

항공업계와 증권가는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1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000억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전년 1분기 적자에서 올해는 1000억원 정도의 흑자가 예상된다. 두 대형 항공사는 각각 ‘땅콩 회항’과 히로시마 공항 사고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1분기 대비 330.6% 늘어난 211억원으로 집계하면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의 운영비용이 대폭 감소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4일 “유류할증료가 줄면서 매출은 늘지 않았지만 저유가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료비는 항공사 운영비용의 30∼40% 수준을 차지한다. 올 1분기 평균 항공유가는 배럴당 6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3% 떨어졌다.

여기에 엔화·유로화가 최근 약세를 보이면서 내국인 여행 수요가 증가했고, 중국·일본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국제선 1분기 여객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한 1555만명으로 집계했다. 역대 1분기 실적 중 최고기록이다. 특히 무비자 환승제도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 공항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무안공항은 작년 1분기 대비 94.1% 증가한 5만여명, 청주공항은 89.4% 증가한 11만7000여명, 대구공항은 82.9% 증가한 6만2000여명이 올해 1∼3월 국제선을 이용했다.

항공사들의 ‘실적 잔치’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여름휴가가 포함된 3분기가 항공·여행업계의 성수기지만 한·중·일 3국이 ‘5월 황금연휴’를 맞이하면서다. 인천공항공사 조사 결과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16만132명이었다. 작년 1일보다 3만2387명(25.4%) 늘어난 수치다. 또 제주도관광협회는 1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내국인 4만776명, 외국인 1만2349명을 포함해 총 5만3215명으로 하루 관광객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료단가 절감과 환율 효과에 5월 황금연휴 특수까지 더해져 항공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도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