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영상의 힘’ 세상을 움직인다… 작년 ‘신이 보낸 사람’ 이어 올해 ‘신은 죽지 않았다’ 화제

입력 2015-05-06 00:08
유튜브에 있는 호주 시드니의 무명 전도자 프랑크 제너 이야기(위)와 ‘교회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그래픽 동영상(아래).
살렘워십 소속 외국인 유학생 10여 명이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지하철 1호선 객차 안에서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사’를 부르며 춤추는 모습을 한 페이스북 유저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캡처(위쪽). 1986년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미션’의 한 장면.
흑인 10여명이 서울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스캇 브레너 목사가 만든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사’를 함께부르는 동영상(facebook.com/100003667494426/videos/656556344476609)이 지난주 페이스북에서 큰 화제가 됐다.

김모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9시쯤 자신의 페북에 업로드한 이 동영상은 조회수가 180만 건에 다다르고 있다. 김씨는 지하철 1호선에서 우연히 본 장면을 찍어 올렸다고 했다.

동영상에서 객차 양편에 마주 앉은 남녀 흑인들이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한다.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노랫말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이다. 4분 58초 분량이다. 한 페이스북 유저는 “뉴욕 지하철인 줄 알았다. 흑인들이 한국어 찬송을 하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외국인 유학생들로 구성된 ‘살렘워십(Salem Worship)’이었다. 워십팀 소속 콩고 출신 프랭크 이마니(24·성균관대)씨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동두천 소요산역 앞 집회에 참여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즉흥적으로 불렀다. 한국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국어로 찬양을 했다. 우리를 우연히 본 승객 한 명이 자신의 페북에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살렘워십에서 활동한 학생들은 동영상 반응에 놀라워했다. 이마니씨는 “지난해 여름에도 지하철에서 찬송을 부른 적이 있다. 그땐 이렇게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하나님이 우리의 일을 도와주신 것 같아 멤버 모두 감사하며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캇 브레너 목사도 인터넷에서 이 영상을 보고 “매우 기쁘다. 언젠가 이 청년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평화가 늘 함께 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2012년 결성된 살렘워십은 매주 토요일 연습하고, 종종 교회 집회 등에 참여한다.

살렘워십 사례는 크리스천 동영상이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크리스천에게는 감동을, 넌크리스천에게는 복음을 전한 단적인 예이다.

현재 국내 일부 교회는 SNS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업로드 한다. 축복교회는 페이스북 페이지 ‘교회 오빠들(CHURCH OPPA)’에 젊은이들이 호응할만한 다양한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올해 2월 올린 ‘Holyday(성스러운 날)’는 한 청년이 ‘나쁜 행동’을 할 때 마다 팝송 ‘Holiday’를 배경음악으로 무서운 눈매의 여성이 나타난다. 결말은 ‘주께서 무엇을 하든 지켜보신다’이다. 성경적 메시지를 코믹하면서도 신선하게 전하는 것이다.

영상은 교회에서 설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돕고, 인터넷에서는 복음을 부드럽게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A교회는 ‘무명의 전도자’ 프랭크 제너 이야기를 전도축제 설교 중 사용했다. 제너는 ‘당신은 구원 받으셨습니까? 오늘 밤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40년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14만여명을 전도한 이의 이야기이다.

B씨(38)는 지난달 우연히 SNS에서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동영상을 봤다. 그래픽을 사용해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교회는 건물도 목사도 사역도 아닌 사랑을 전하는 ‘나’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교회 다니다가 관계 속에서 지치고 실망할 때가 많지 않나. 나 스스로가 사랑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 말씀을 다시 새겨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는 반세기 이상 큰 힘을 발휘해 왔다. 미 할리우드 기독교 영화 전성기에 나온 ‘십계(1956)’와 ‘벤허(1959)’는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영국 영화 ‘미션(1986)’은 제국주의 시대 두 사제의 숭고한 희생을 그려냈다. 멜 깁슨이 감독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는 예수의 고난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2000년대 국내에서는 김우현 다큐멘터리 감독의 ‘팔복’ 시리즈가 큰 화제를 모았다. 맨발로 지하철에서 복음을 전하는 최춘선 할아버지의 삶을 담은 다큐 영화로 많은 수 만 명의 크리스천을 울렸다. 지난해 ‘신이 보낸 사람’이 40만 명이 넘는 관객 몰이를 했고, 올해는 외화 ‘신은 죽지 않았다’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영상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교회는 기독교 동영상이나 영화 투자에 소극적이다. 교회가 자체 방송을 위해 장비를 사는 데 수 억원을 아끼지 않는 반면 영상 콘텐츠나 공연에 투자하는 데에는 인색하다는 것이 기독교 문화사역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문화연구원 소금향 박정관 대표는 “기독교 콘텐츠 투자를 문화 선교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선교적 차원에서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질을 높이기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임세은 프로그래머는 “현대인들은 손 안의 스마트폰, 집안의 TV, 영화관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동영상을 만난다”며 “영상이 기독교적 공의와 교육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 후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영화제는 교계의 가장 큰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에 시달린다.

함승모 기독교 저작권 라이선싱 인터내셔널(CCLI) 한국 대표는 “미국의 경우 교인들이 영화를 다함께 보기위한 저작권을 영화사와 직접 협의해 제공한다”며 “교회가 새로운 매체를 수용하고 이용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