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문재인, ‘텃밭’ 광주로…

입력 2015-05-05 02:4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일 오후 안방 민심을 달리기 위해 광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앞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 의원들로부터 ‘일격’을 당한 뒤라 문 대표의 몸은 더 무거웠다.

문 대표에게 있어 광주·호남의 민심은 내년 총선은 물론 자신의 대권가도에도 가장 핵심적인 변수다. 광주 서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 공공연히 호남 세력화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의 지지 기반이 무너질 경우 총선과 대선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인 ‘낙선사례’지만 광주의 관문에서 문 대표를 기다린 것은 거센 반발이었다. 시민 10여명이 ‘문재인은 더 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기 때문. 이들은 배포한 성명문을 통해 “선거 때는 1박2일 일정으로 여섯 번이나 다녀갔던 광주를 이번에는 겨우 두어 시간 남짓 방문한다”며 “사진 찍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문 대표 일행이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면서 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후 광주 서을 지역의 노인회관과 마을회관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선거 패배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광주시민들께서 자기 자식을 더 호되게 혼내는 심정으로 우리 당에 아픈 질책을 주셨다”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어 “일체의 기득권을 다 내려놓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롭게 창당하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며 혁신을 다짐했다. 문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사람, 제도,정책, 당 운영 방식 등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