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의 공백이 1년이 돼 가고 있다. 그 사이 삼성은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사진·47) 부회장을 중심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고 사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는 등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버지를 대신해 그룹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이 부회장이 삼성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이 회장은 오는 10일 입원 치료 1년을 맞는다. 지난해 5월 10일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 1년간 이 회장의 상태는 꾸준히 호전돼 심장 기능을 포함한 신체기능은 정상을 회복한 안정적인 상태다. 그러나 인지기능은 여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며 이 부회장은 그룹을 총괄 운영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광폭 행보를 펼치며 삼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북미와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를 누비면서 글로벌 기업인이나 유력인사들과 만나 그룹의 당면한 주요 현안을 앞장서 해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구글 CEO 래리 페이지와 만났다. 약 한 달 뒤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독일과 영국 등 곳곳에서 벌어지던 특허 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만나 특허분쟁 문제를 협의했다. 그 외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의 세베린 슈완 CEO,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 등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세계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의 지도자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국내를 찾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차세대 지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 등 중국의 현 실세는 물론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지도자들과도 활발히 교류했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적극적인 기업 M&A와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5월 이후 삼성전자는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와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 등 8개의 유망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히 매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방위산업 및 석유화학분야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면서 그룹의 사업구조를 전자와 금융이라는 큰 틀 아래 슬림화했다.
이 부화장의 경영능력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이 회장이 쓰러진 지난해 2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돼 3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억원에 그쳤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5조2900억원을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는 6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고, 기대작 갤럭시 S6가 출시되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위기에 비교적 잘 대응해 왔다”면서 “향후 이 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배터리나 사물인터넷, 바이오, 의료 등 분야에서 어떤 경영성과가 나느냐에 따라 미래 삼성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이건희 회장 공백 1년… 변신하는 이재용 부회장] 실적 챙기고 광폭 행보 ‘삼성의 대표 아이콘으로’
입력 2015-05-0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