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월째 경상흑자 행진… 수출 전선 암운

입력 2015-05-05 02:45
지난 3월 경상수지가 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37개월째 흑자 행진이 이어졌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며 생긴 ‘불황형 흑자’라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게다가 연속 흑자로 인해 달러가 유입되면서 원화 가치를 높여 수출에 더욱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 흑자는 103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73억2000만 달러)보다 41.9% 늘었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37개월째 흑자를 기록 중이라 다음 달에도 흑자가 이어지면 1986년 6월부터 38개월간 이어졌던 최장 기간 흑자 기록과 같게 된다.

3월에도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었다. 상품수지에서 수출은 495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8.4% 줄었지만 수입은 383억6000만 달러로 16.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내수 부진 등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달러가 들어오는 것이므로 원화는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이 타격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최근엔 원화 가치가 상승해도 극도로 소비가 위축된 탓에 수입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경상수지가 균형을 잡고 원화 가치가 다시 하락하는 환율 복원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외환 당국은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 재무부가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하는 등 다른 나라의 견제와 감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