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서울 생명나무교회] “곰팡이 냄새나는 지하 예배당을 지상으로…” 기도

입력 2015-05-05 00:32
이한길 서울 생명나무교회 목사(가운데)가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교회 앞에서 전도준비를 하고 있다.
이한길(63·여) 서울 생명나무교회 목사는 2006년 목사안수를 받고 4년 뒤 교회를 개척했다. 감리교 서울신학교와 서울중앙신학교를 졸업한 그는 9년간 교회 심방전도사로 활동했다.

“나이도 많은데 꼭 교회를 개척해야겠습니까. 차라리 작은 교회를 섬기며 기도에 힘씁시다.” 남편 한인섭(69) 장로는 2009년 서울신대 목회신학연구원에 입학한 이 목사가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말을 듣고 반대부터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이 확실했기에 58세인 2010년 5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지하실에 교회를 개척했다. 임차보증금은 1000만원이며, 월 임차료로 70만원을 낸다.

교회 개척 후 2개월은 동네 주민 1명과 예배를 드렸다. 지하실에서 두 사람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느 날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큰아들이 찾아왔다. “어머니, 저도 오늘부터 여기서 예배드리겠습니다.” “그냥 섬기던 교회로 가라니까.” “아니, 아들인 저도 출석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어머니 교회를 소개할 수 있겠어요?”

교회를 개척하고 2개월 후부터 남편과 아들, 여성도 1명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지금은 성도가 9명으로 늘었다. 교회개척 5년 만에 성도가 늘어난 것은 이 목사가 매일 전도에 힘썼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 주변 상가와 주택가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데 전도지가 들어 있는 강냉이와 사탕을 전한다. 명함 형태의 전도지에는 ‘미국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듯 천국에 가려면 예수를 믿어야 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전도현장에서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60여명에게는 매주 2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전도지를 건네면 곧바로 버리고 문자 메시지에 답변을 않거나 스팸 메시지로 등록해 놓기 일쑤다. 그렇지만 낙심하지 않는다.

이 목사는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면 열매 맺게 하시는 분은 성령님”이라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분명 주님을 영접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나무교회는 예배 때마다 뜨겁게 찬양한다. 큰아들은 기타를 치며 남자 대학생 2명은 마이크를 잡고 찬양한다. 여성도 2명은 주일 아침 일찍 와서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생명나무교회는 이 목사의 사례비는 고사하고 매달 월세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그의 기도제목은 하루빨리 교회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목사는 “전도를 해서 교회로 데리고 오면 ‘개척교회라서 부담스럽다’ ‘지하실에 곰팡이 냄새가 싫다’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전도 대상자들이 시험에 들지 않도록 예배당을 지상으로 옮길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32㎡ 지하 공간 중 100㎡는 예배실, 나머지는 식당으로 사용한다.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약품처리를 했지만 검푸른 곰팡이를 완벽하게 막지는 못한다. 습한 공기를 빼내기 위해 전도를 나갈 때마다 문을 열어 놓는다. 이 목사는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하지만 전도 대상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