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총리의 역주행 차단은 결국 日 시민사회의 몫

입력 2015-05-05 18:55
지난 3일은 1947년 현행 평화헌법 시행을 기념해 일본 정부가 공휴일로 정한 헌법기념일이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로서 평화헌법을 통해 다시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전 세계에 맹세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을 고려할 때 전력(戰力)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포기는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와 요코하마를 비롯한 일본 곳곳에서 대규모 평화헌법 수호 집회가 열렸다. 요코하마에서 열린 집회에만 무려 3만여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이들의 외침은 분명하다. 평화헌법에는 전쟁의 교훈이 담겨 있으며 결코 그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죄와 반성 없이 개헌을 밀어붙이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일본의 양심이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일본 여론도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 개정에 부정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18∼19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9조 개정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5%에 이른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고작 27%에 그쳤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반대는 1년 전에 비해 4% 포인트 늘었고 찬성은 무려 9% 포인트나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의 개헌 시도는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일 바이에른주의 다하우 나치 강제집단 수용소를 방문해 또 다시 희생자 영전에 머리를 숙이며 나치의 잘못을 사과하고 반성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한다면 아베 총리는 오히려 피해자가 난감해할 정도로 사과하고 또 사과하는 메르켈 총리를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 여론도 그렇듯이 아베의 시급한 과제는 개헌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