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패트런 위한 ‘감사의 삼중주’… ‘금호 영재’ 출신 3인, 박성용 명예회장 10주기 콘서트

입력 2015-05-05 02:05
故 박성용 명예회장
1998년 7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국내 최초로 클래식 영재를 발굴하기 위한 상설 무대로 ‘금호 영재 콘서트’를 출범시켰다. 만 14세 이하 연주자들에게 무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재목으로 키우겠다는 박성용 당시 재단 이사장 겸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국내외 거주 한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1년에 2회 오디션을 치러, 선발된 영재에게 콘서트 기회를 주고 있다. 또 영재의 기량이나 가정형편에 따라 악기 대여와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덕분에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거나 국내외 클래식계에서 맹활약하는 연주자들 가운데 금호 영재 출신이 아닌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17년 전 첫 번째 오디션에서는 28명이 뽑혔다. 그해 7월 각종 주니어 콩쿠르를 석권한 3명의 어린이가 차례차례 콘서트를 가졌다. 현재 클래식계를 주도하고 있는 손열음(29) 권혁주(30) 고봉인(30)이 바로 그들이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 영재 1기들을 특히 아꼈고, 그중에서도 이들은 사랑을 많이 받았다.

3인방이 박 명예회장 타계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고(故) 박성용 회장 10주기 추모 음악회-어느 위대한 삶을 추억하며’에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뛰어난 테크닉과 넓은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국제적 명성을 순조롭게 쌓아가고 있다. 메이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2011년 준우승과 함께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연주상, 콩쿠르 위촉작품 최고연주상을 휩쓸며 세계 클래식계에서 주목하는 연주자의 반열에 올랐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2012년 안양대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당시 재능 있는 연주자가 대학에 자리 잡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를 불식시킬 정도로 거침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칼라치 콰르텟에 참여하는 등 실내악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어릴 때부터 첼로와 생물학을 병행해온 고봉인은 하버드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동시에 졸업했다. 지난해 프린스턴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병역특례로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유방암 줄기세포를 연구 중이다.

이들은 이번 추모 콘서트에서 가스파르 카사도의 독주 첼로를 위한 조곡, 요하네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A장조 ‘툰’ Op.100,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피아노삼중주 a단조 ‘위대한 예술가를 추모하며’ Op.50을 연주할 예정이다. 추모콘서트의 제목을 따온 피아노 삼중주는 차이콥스키가 스승이자 은인이었던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통한 심정이 절절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박 명예회장을 기리는 3인방을 포함한 국내 클래식계의 애틋함이 담겨있다는 평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