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로맨틱 코미디 ‘연애의 맛’ 주인공 오지호 “진지한 성적 담론,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입력 2015-05-06 02:42
영화 ‘연애의 맛’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인 오지호. 서영희 기자
남녀 주인공 오지호와 강예원이 얘기를 나누는 장면. 청우필름 제공
훤칠한 키에 이국적인 마스크를 자랑하는 배우 오지호(39)의 극중 캐릭터는 크게 두 가지다. 사극 ‘추노’와 ‘하녀들’에서 보여준 의식 있는 노비와 코미디 ‘내조의 여왕’과 ‘환상의 커플’에서 선보인 싱글싱글 웃는 사나이. 7일 개봉되는 19금 로맨틱 코미디 영화 ‘연애의 맛’에서 또 다른 변신을 꾀했다.

겉으론 잘 생긴 외모와 당당한 스펙의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지만 연애는 완전 초보인 산부인과 전문의 역을 맡았다. 옆 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역의 강예원과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이 웃기면서도 다분히 야하다. 진한 베드신은 없지만 지난해 결혼한 오지호로선 부담이 됐을 법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의외로 밝은 표정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조금은 망설였어요. 당시 아내와 사귀던 때인데 여친에게 보이기 민망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베드신 부분은 수정을 했는데 막상 영화를 다 찍고 보니 그 부분을 살릴 걸 그랬나 싶기도 했어요.”

‘연애의 맛’은 성적 농담이 오가고 누드신도 많지만 성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영화다. 오지호는 “숱한 여자들을 진료하면서도 신체적 콤플렉스 때문에 정작 연애는 하지 못하는 배역이 예사롭지 않았다”며 “누구든지 말 못할 고민이 있을 텐데 그걸 웃으면서 해소시켜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드라마에서는 듬직하고 재미있는 역할을 많이 한 그가 영화에서는 ‘미인’(2000)에 이어 다시 성인물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제 이미지가 이국적이고 근육질로 보여서 그런지 이런 역할이 많이 들어와요. 부담 없이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감사한 일이고 일단 맡았으면 열심히 해야죠.”

영화에서 오지호는 산부인과 전문의이지만 임산부를 절대 받지 않는다. 환자들 사이에서 “뭐 이런 산부인과가 다 있어”라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요즘 그런 전문의가 많잖아요. 생명을 지키고 환자를 돌보는 본래의 기능보다는 돈벌이 수술에만 관심을 쏟는…. 그런 세태를 꼬집는 측면도 있어요.”

지난주 열린 시사회 중간 중간에 킥킥 웃는 관객들이 많았다. 자칫 3류 통속 드라마로 빠지기 쉬운 스토리를 감각적으로 빚어낸 김아론 감독의 연출 솜씨 덕분이기도 하다. 오지호는 “쉽게 꺼내지 못하는 진지한 성적 담론을 유쾌하고 섹시하게 풀어내려고 다 같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독특한 캐릭터의 강예원이나 육탄공격을 서슴지 않는 하주희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번졌다. “둘 다 처음 만났는데 손발이 척척 잘 맞았어요. 분위기를 서로 아는 거죠. 강예원은 다소 엉뚱하고 하주희는 별로 말이 없는 편인데 슛만 들어가면 180도 달라졌어요.”

촬영 중에 재미있는 해프닝도 많았을 것 같다. “‘미인’ 때는 4분간 시간을 주면서 배우들이 알아서 베드신을 연기하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번에 그런 에피소드는 없지만 은밀한 신체기관의 용어 때문에 많이 웃기는 했어요.”

19금 로맨틱 코미디 단골 배우라는 인식에 사로잡히게 되지는 않을까. “그런 것은 개의치 않아요. 다양한 배역을 하고는 싶어요. 사극은 무조건 환영이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 찍으면 또 나가야죠.”

이번 영화가 전하려는 메지지가 뭐냐는 질문에 오지호는 미리 준비한 듯 즉각 답했다. “사람은 사랑이라는 맛을 느끼려고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결혼 전에 고민도 많고 콤플렉스도 있었지만 사랑을 해보니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서로 마음이 맞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청소년 관람불가. 101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